대전 퇴폐업소 눈감은 현장점검

보건소, 안마시술소 닫힌 문만 보고 매번 돌아서 소방서, 일제점검 불구 계단 봉쇄된 사실도 몰라

<속보>=피해여성들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실제 업주 등이 구속된 대전 유성의 'ㅊ' 안마시술소는 그동안 보건소와 소방본부의 점검을 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많은 안마시술소와 유흥업소가 여전히 계단을 막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인권침해의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본보 7·8·9일자 5면 보도>

부산경찰이 지난달 29일 압수수색하고 유성 봉명동의 안마시술소를 실제 업주 등 3명을 성매매 강요 혐의로 구속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전의 관계기관들이 지난 9일 현장점검을 벌였다.

대전소방본부와 유성구 보건소·건축과 직원들은 이날 문제의 안마시술소를 점검한 결과, 안마시술소에 소방 유도등은 켜지지 않고 3층 방화문이 철거됐으며, 유흥업소로 신고된 3층에 샤워시설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 단속 후 열흘이 지난 시점이어서 안마시술소 비상계단을 막았던 철문은 사라지고 벽면에 흔적만 남아있었다.

문제는 피해여성 5명이 지난해 말까지 문제의 안마시술소에서 감금당하고 식사도 제공받지 못하는 인권침해를 당하는 동안 보건소 등은 업소 현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성구 보건소는 그동안 이 안마시술소를 몇 차례 방문해 업소 내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계단은 막혀 있고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아 안마시술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하지 않고 돌아왔다.

소방본부 역시 지난해 말 유성과 둔산의 200여 업소에 대해 소방시설을 일제히 점검했으나 비상계단을 막는 철문은 파악하지 못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적발된 곳은 보건소 담당자가 몇 번을 찾아가도 문을 닫고 있어 내부를 한 번도 확인할 수 없었던 유일한 업소였다”고 설명했고, 소방서 관계자 역시 “지난해 일제점검을 했으나, 대상에서 빠졌는지 별다른 적발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단속 당국의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대처가 이 업소뿐만 아니라 다른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 등이 계단을 통제하고 중앙에서 엘리베이터를 조정하는 불법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대전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는 논평을 통해, “선불금으로 족쇄가 채워진 여성들이 알선자와 구매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협박과 폭력의 피해에 우리 사회는 너무 무관심했다”며 “지역 안마업소의 인권유린 사건을 계기로 행정·사법기관과 시민사회가 성매매근절과 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