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대전시민추모위원회는 세월호 침몰 한달째인 오는 16일 서대전 시민광장에서 추모행사를 개최한다는 내용으로 중구에 문의했다. 중구는 무대를 설치하고 대형 스피커를 이용한 행사개최는 쉽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추모위원회는 중구의 입장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8일 오전 중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서대전 시민광장 사용을 놓고 시민단체와 중구가 갈등을 빚는 데는 공익성이 있는 행사라도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6ㆍ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광장 등 시민들이 대거 밀집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한 행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이후 각종 행사는 줄었지만 오히려 세월호 관련한 추모행사에 정치권이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선관위에서도 선거에 영향이 있을지 몰라 서대전 시민광장에서 열리는 행사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서대전 시민광장 인근 주민들의 민원제기도 중구의 행사 승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9월 서대전 시민광장 인근 주민 100여명이 소음 등 불편을 호소하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한 인근 주민은 “소음때문에 저녁 시간대에 집에 돌아와도 편히 쉴 수가 없다”며 “시민광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생활이 어려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불평했다.
서대전 시민광장은 법정 제2종 주거지역으로 행사 및 집회 등을 열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중구는 공익을 우선시해 지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각종 기념식 등을 위해 시민광장 사용을 제한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지난달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대규모 종교행사를 승인해줬는데 소음이 심해 민원이 빗발쳤다”며 “세월호 추모행사의 경우, 공익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행사방식을 변경하면 시민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조건부 승인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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