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우리 주변을 보면, 너무나 두꺼운 벽에 부딪히게 됨을 느끼게 된다. 최근에는 쾌락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물론 6·4지방선거 정국에 따른 정치 세력 간 갈등문제가 사회의 건강을 위협한다.
때마침 세월호 침몰사고 등으로 나타난 구조적인 악과 폐단, 나와 너의 인격적인 관계형성의 불가능성, 권력조직의 극단적인 이기성,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 등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도 분간할 수 없는 혼란한 부조리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은 우리의 이상과 이념을 휴지 조각으로 전략시키고 개인의 무력화를 조장하고 있다. 정당한 의식의 부재와 주관의 결핍이 사회정의를 좀 먹고 있다.
한국 사회는 끈질긴 의지와 노력으로 세계사에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거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불신사회, 사회 공동체의 붕괴로 인하여 한국인 70%가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있는 어느 통계자료의 숫자 등은 우리 사회의 가치 체계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어쨌든 한국사회는 기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무장된 사람도 어떤 조직 속에 들어가 어떤 기능을 맡게 되면 도덕성보다 기능성을 쫓아 행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신부와 목사 같이 도덕성과 양심에 따라 살아가려는 사람이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된다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하려면 별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거나 아니면 일을 포기하거나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에 일리가 있다.
오늘과 같은 환경에서는 교회나 학교 같은 곳에서도 사업적 수완이나 정치적 능력이 사명감이나 인간됨 보다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도덕성이 약화되다 보니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이 사회에 난무하고 있고 이런 것쯤은 대개 눈감아주고 넘어가면 된다는 사회풍조가 널리 퍼지기도 했다.
국가 발전, 회사의 번창, 교세 확장, 학교 명문화를 위해서는 누구나 조금은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당화의 구실을 찾아 법과 도덕성을 슬쩍 비껴가는 풍조가 보편화 되어 버렸다.
이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 고뇌를 통한 강인한 의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엘리트들의 또 다른 모순은 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점이다. 회사에서도 뭐가 잘못되면 전부 윗사람 아랫사람 탓이고 자기반성은 조금도 없다. 모두가 남의 탓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너무 네거티브하다.
이 같은 풍조 속에서의 개인들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려 하게 된다. 개인의 출세나 돈 벌기 위해서,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양심은 최소한 지켜나가는 형식치례로만 생각하고 있다. 왜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가. 그 이유를 현대 산업사회의 비인간화 현상 또는 구조적 모순이라는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로 끌고 가면 목소리 큰 사람들이 제 양심을 접어 두고 제각기 큰 소리치고 나온다.
이제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나는 내 책임을 다하며 살았는지 진정성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특히 사회 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올바른 지도층의 문화와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일반인에게 흡수되고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간의 의식개혁 운동이나 세미나식 교육으로는 정의로운 책임의식이 생성되지 않는다.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그리고 선진국처럼 민주시민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십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나아지도록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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