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7일 현재 269명의 사망자와 33명의 실종자 등 인명피해를 냈다. 여기에 단원고 학생들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전국적으로 사망자에 대한 분향소가 마련돼 145만명 가량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이런 가운데 실종자 구조현장에서 고위급 공무원의 부적절한 처신 등이 논란을 낳자 안전행정부는 자치단체의 비상근무를 강화하는 한편, 복무단속을 강화하라는 공문을 내렸다.
공무원의 품위 손상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을 금지하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여기에 6·4지방동시선거를 앞두고 처벌이 강화된 공직자 선거개입 법안도 올 초 시행됐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면 공소시효가 선거일 후 10년으로 연장된다.
최근 이같은 분위기속에 공직자 사이에서는 일명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으려고 잔뜩 몸을 웅크린 모습이 역력하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1층 홀에서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면서 웃는 모습이 비춰질까 아예 휴게시설 이용을 삼가는 분위기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낮 12시부터 1시까지의 점심시간을 지키지 않는 직원을 적발하는 등 공직사회의 자기검열이 눈에 띄게 강조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처럼 경직된 공직사회를 바라보면서 한편으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자칫 대민서비스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해서다.
이는 평상시 공직자 스스로 자신을 둘러보고 살피는 것이 아닌, 특정 사건이나 이슈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기강을 바로 세우는 행동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방 공직자들도 잘못을 지방 정부에 떠넘기고 문제가 생기면 기강 해이를 탓하려는 중앙정부의 행정처리에 불만을 품고 있긴 마찬가지다.
한 시민은 “공직사회가 무슨 일만 생기면 복지부동 자세를 하면서 소신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게 세월호의 비극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며 “게다가 웃으면 문제가 생길까봐 대민 서비스를 펼치는 공무원들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불평했다.
자치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시와 함께 강화된 선거법 개정으로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시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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