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준호 (주)성광창호디자인 대표이사, 세종대 일반대학원 겸임교수 |
우리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를 겪었다. 상가로 설계되었던 건물을 정밀 구조 진단 없이 백화점으로 용도 변경하고 무리한 확장공사를 강행해 1000여명의 사상자를 발생케 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 있었고, 건설사의 부실 공사, 부실감사로 만들어진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그러했다. 돌이켜 보면 과거 사건들도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과 같이 모두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상황에서 발생한 인재들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 된지 20여 년이 지난 2014년 현재에도 과거 경험해왔던 전처를 답습하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수많은 아픈 과거를 되풀이만 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사회, 정부, 어른들은 변화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필자 또한 사회의 구성원인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또한, 사고 당시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어라!”라는 책임자의 지시를 착실히 따른 학생 승객들은 최대 희생자가 되었고,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갑판에 나와 있던 이들은 목숨을 구했다. 이 아이러니하고 슬픈 현실에 대해서도 비통함을 느끼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의 말을 듣고 공경하는 장유유서의 정서도 사라질까 봐 심히 걱정된다.
우리는 GDP수준 약 2만4000달러, 2010년 세계경제순위 15위 달성, 세계를 움직이는 한류 등으로 선진국이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대한민국의 양지 뒤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의 단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으며, 그 계기 또한 잔인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필자는 조심스럽게 기업인들에게 청한다. 기업의 기본 존재의 목적은 이윤극대화를 통한 기업의 존속이지만 그 방법과 절차는 기본과 원리원칙 준수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경험했던 사건들 또한 맹목적인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인들의 비리, 부정부패로 인한 대형 참사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비상식적이며 맹목적인 이윤추구야말로 언제든지 불행의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으며 그대가 또한 가볍지 않다.
그리고 대형 참사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주목해야 한다.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어 무시된 작은 부분들이 반복되는 다른 문제를 낳고, 이 문제들은 누적되어 다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새로이 만들어 가야 할 대한민국 사회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비단, 기업인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개개인 모두가 기본과 원칙이 무시된 사회에서 얼마나 큰 비극이 발생될 수 있는지, 그 비극의 주인공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는 이 잔인했던 2014년의 4월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아픔을 통한 사회 전반의 개혁이 훗날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인식 전환, 사회 시스템의 전환 등의 분수령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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