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쓰던 중고가구 새 것처럼 '뚝딱'

못쓰던 중고가구 새 것처럼 '뚝딱'

쪽방촌 주민·노숙인 조합원 포함… 일자리창출로 사회복귀 도와 중고품 수거·재판매 통해 수익, 더 어려운 이웃에 물품 기증도

  • 승인 2014-05-06 13:14
  • 신문게재 2014-05-07 11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신성장동력 '마을기업' 탐방] 중구 아나바다협동조합

▲ 아나바다 협동조합원들이 수거한 중고가구를 재활용하기 위해 물품을 닦고 있다.
▲ 아나바다 협동조합원들이 수거한 중고가구를 재활용하기 위해 물품을 닦고 있다.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쪽방촌 거주민들이 다시금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숙자로서 그동안 노숙인 쉼터와 노숙의 악순환을 반복했던 이들에게는 마을기업 아나바다 협동조합은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다. 중고물품을 받아 판매하는 아나바다 협동조합은 쪽방촌 거주민들이 사회에서 다시 한번 기를 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구 중앙로 129번길의 작은 창고형태인 마을기업 아나바다 협동조합(대표 이광재)은 지난해 9월 대전시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마을기업 지정시기에 안전행정부에서는 쪽방촌에서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마을기업 설립을 주문한 만큼 시기적으로 모범사례가 됐다. 부산에서도 손세차 사업을 통한 쪽방촌 마을기업이 탄생했지만 향후 많은 수의 쪽방촌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을기업 형태는 이곳이 처음이다.

아나바다 협동조합은 쪽방촌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7명의 조합원(쪽방촌 주민 4명 포함)이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주로 주민들이 쓰고 처분하려는 가구, 실생활품, 가전제품 등 중고물품을 받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중고물품의 경우, 폐기물 처리 기준에 따라 구청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고 처리해야 하지만 이들은 그 수수료만큼만 받고 중고물품을 가져간다.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쓴다는 개념의 '아나바다'와 같이 협동조합은 받아온 중고물품을 직접 씻을 뿐 아니라 수선까지 하면서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제품의 질과 달리, 가구 1점이 10만원 대 미만이 많아 이곳 물품을 찾는 주민도 제법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아나바다 협동조합은 소량 이삿짐 용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존 이삿짐센터보다 저렴한 용역비용으로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건물 등의 이사 용역을 해주면서 소비자들 역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고물상과의 고철 등 고물 거래를 통해 쪽방촌 주민들의 수입도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월 매출은 300만원이 고작이다. 하지만 아나바다 협동조합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 쪽방촌 주민들이 재활하려는 의지를 키워주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이들은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신들의 중고물품을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한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서로 도움을 준다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무료로 중고물품을 나눠주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도 한다.

아나바다 협동조합은 쪽방촌 주민들이 직접 직업 일선에 참여하도록 돕고 이들 스스로 재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가장 커다란 목표로 삼고 있다.

무조건 도움을 받는 대상자이기보다는 다시 사회로 들어서기 위해 일을 하며 스스로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일터이기도 하다.

김종민 아나바다협동조합 사무국장은 “겉보기와 달리, 쪽방촌 거주민들을 직업 일선으로 이끌고 나와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들이 아나바다협동조합을 통해 함께 일구고 함께 수익을 나눠갈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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