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의 대상 아닌, 사회복지 주최자로 전환”

“보호의 대상 아닌, 사회복지 주최자로 전환”

인터뷰-김종민 사무국장

  • 승인 2014-05-06 13:14
  • 신문게재 2014-05-07 11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제는 쪽방촌 거주민과 노숙인들이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사회복지의 주최자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나바다 협동조합은 쪽방촌 거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마을기업으로 보기 드문 사례로 손꼽힌다. 소외계층의 경제활동이라는 차원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에도 본보기가 된다. 김종민<사진> 마을기업 아나바다 협동조합 사무국장을 만나 향후 비전을 물어봤다.

-쪽방촌 거주민들을 마을기업의 업무 일선으로 이끌어올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인가?

▲예전에 지역의 노숙인 쉼터에서 실무 생활을 했다. 그때 노숙인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들은 공사장 잡무를 해서 돈이 생기면 돈이 있는 만큼 살다가 다시 노숙을 하고 그러다 노숙인 쉼터로 오는 등 악순환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그래서 이들에게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숙인들도 평생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일을 한다고 해서 재기를 할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립경제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노숙인에 대해 자활 사례가 사실상 전무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업무가 제공돼야 하며 또 그 일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즉, 자존심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아나바다 협동조합에서는 근무자에게 은박의 명함을 제작해줬다.

한 직원은 20년 동안 찾아가지 못했던 동창회에 참석해 자신의 명함을 나눠줬다고 하는데 이 같은 변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

▲아나바다 협동조합의 의미는 좋지만 정작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일을 잘 알지 못하는 쪽방촌 거주민들이 알아서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는 게 이런 점이 어렵다. 또 아직은 지역에서 아나바다 협동조합이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하는 시민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정부지원을 받아 마을기업 도담도담에서 홈페이지를 홍보해주는 등 도움을 받고 있다.

중고품을 재판매한다고 해서 수수료를 내지 않으려는 주민들도 있어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일반 수거업체와 비슷하게 생각해 물품을 가져가면서 돈을 또 왜 달라는 식의 반응을 볼 때가 힘들지만 앞으로 많이 알려지면 도움을 줄 사람이 많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향후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나?

▲사실 이곳도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수익 창출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 가운데 고물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이 고물을 수집해와서 지금도 고물상과 거래를 하고 있는데, 아예 직접 고물상을 차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기존의 고물상은 낮은 수고료를 지급하고 고물을 받아 비싸게 파는 형식인데, 우리가 고물상을 하게 된다면 조합원이 수집해온 고물에 대해 적정한 수고료를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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