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가정환경조사 - 문화생활을 향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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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가정환경조사 - 문화생활을 향한 꿈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5-06 12:49
  • 신문게재 2014-05-07 17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요즈음 여러 가지 사회적인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개인정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의 활용은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좋은 일에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 쓰여서 여러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고 인구가 늘어날수록 개인정보도 더욱 세밀해지고 인식 수단도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인정보는 주소나 이름, 가족관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즈음은 처리하려고 하는 일마다 인증절차에 따라 저마다 다른 정보들을 요구하게 되면서 방어나 보호체계도 복잡 다단해져가고 있다. 이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넘어서 개인에 따른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호할 것인가 하는 일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이름을 짓고 호적에 올리면서 주소, 생년월일, 가족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정보를 갖게 되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생활기록부가 생겨나고 정확한 생활 기록부 작성과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위하여 처음으로 호적 등본을 제출하게 되고 호적 등본에 나타나지 않는 상황들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 환경조사를 하였다. 입학을 하거나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거의 빠짐없이 가정 환경조사를 하였다. 요즈음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점들이 많았다. 요즈음은 주소, 가족관계, 진로라든지, 건강상의 특이점 등을 참고하기 위해 조사하지만 TV, 냉장고, 라디오, 전축, 전화, 신문잡지 구독여부 등도 조사하였다.

개별적으로 조사 항목에 적거나 표시하여 제출하기도 하였지만, 어떤 경우에는 담임선생님께서 직접 “TV 있는 집, 냉장고 있는 집, 전화 있는 집, 손들어보세요” 하면서 전체적으로 조사하곤 하였다. 선생님께서 부르시는 것들이 집에 있으면 자랑스럽게 손을 드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손을 드는 아이들을 매우 부러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모두들 손을 든 아이들을 향하여 와~~ 탄성을 지르곤 하였다.

당시만 해도 자가용은 조사항목에 들어있지도 않았으며 그 훨씬 지난 뒤에 은행에서 '자가용 적금'이라는 상품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요즈음이야 일상화되어서 잊고 살지만, 가정환경조사 항목들에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언젠가는 이룩해 내야 하겠다는 문화생활의 꿈이 서려있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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