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초과학지원硏 원장 뇌물혐의 일부 무죄

항소심서 집행유예 감형… 법원 “인센티브 모아 전달한 건 공동경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박모(65) 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원범 부장판사)는 1일 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벌금 2000만원과 12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박 전 원장은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8200만원이 선고됐던 것에서 양형이 줄어든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원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받은 돈 8200만원을 뇌물로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서는 1200만원만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박 전 원장이 선임부장들에게 인센티브를 모아 뇌물을 조성하도록 지시했고, 5700만원을 상납받아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원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선임부장들이 인센티브를 모아 공동경비로 사용하는 관례가 있었고 공동경비가 다른 직원들에게도 지급된 사례 등을 보아 직무관련 및 대가성을 가지는 뇌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또 유성 한 라이브 노래주점의 외상술값 790만원을 직원들에게 대신 납부시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도 항소심 재판부는 “기관 공동경비로 결재하라는 의미였던 것으로 예산의 유용이나 업무추진비의 편법사용으로 볼 수 있으나 뇌물수수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전 원장이 직접 요구해 직원 2명에게서 받은 1200만원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뇌물로 보고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원장으로서 적지 않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정부출연기관 연구원의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훼손했다”며 “사용처의 일부는 공적인 목적의 활동비로 볼 수 있고, 관련 부야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키로 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