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충남대 명예교수·시인 |
이러한 사태를 몰고 온 기업제일주의, 시장만능주의, 승자독식주의, 적당주의, 책임회피주의 사회를 지난 두 차례의 대선을 우리 스스로 불러온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자괴감 때문이다. 사고 자체도 경악이요, “기다려라”라고만 하고 허둥대는 정부의 위기관리능력도 경악이요, 어떻게든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비열한 박근혜정부의 회피리더십도 경악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국민소득 2만6000달러의 OECD 국가인가, 우리에게 국가가 있는 것인가, 우리가 어른들인가 라는 반문도 해보지만 허공에 메아리만 칠뿐이다. 여기에다가 피해자까지 감시당하는, 슬픔까지 통제당하는 현실은 너무 한심하다.
이런 와중에도 6·4 지방선거는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가 대전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 내일모레인데 마음 준비도 안 되었으니 큰일이다. 후보 결정도 안 된 곳도 많은데다가 선거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여 출마자는 물론 7차례의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들은 몹시 혼란스럽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의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에 참여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올바른 사람을 찾는 일이다. 기권은 죄악이다. 선거를 치르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그래도 유권자가 직접 시장, 군수를 뽑는다는 지방자치의 가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기권해 버린다면, 후보자가 볼 때 그는 표가 아니고 따라서 사람도 아니다. 기권한 사람은 기권행위도 민주주의의 권리라고 주장할지 몰라도 소위 시민은 못된다. 투표도 하지 않았으면서 왜 그런 사람을 뽑았느냐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기권이란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을 밀어주는 행위다.
유권자의 두 번째 의무는 올바른 사람을 찾는 일이다. 대전시민이 주인이 되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 대전에서는 '2014지방선거 대전유권자네트워크'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12일 전국 최초로 '시민공약 발굴 위한 500인 원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시민들은 내가 시장이라면, 내가 교육감이라면 하고 가정하면서 일자리 창출, 마을과 지역경제 살리기, 주민과의 소통과 참여, 다양성이 있는 교육, 성적 위주 교육에서 탈피하기 등 대전의 정체성 확립, 다양한 계층에 적합한 다양한 복지 시행 등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이러한 시민의 바람은 각 후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런데 후보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세월호 선장처럼 혼자만 살기 위해 뛰쳐나갈 사람인지, 각종 무지갯빛 공약만 하고 실천은 안 할 사람인지, 시민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인지, 과거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지지 않는 핑계 리더십 내지는 회피리더십의 달인인지, 공직을 봉사가 아니라 돈 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람인지, 달변이고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인지 등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후보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누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핑계 대고 남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후보자의 과거를 잘 살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이나 논공행상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공약을 남발하는 사람들, 표를 돈이나 논공행상으로 사려는 사람들은 당선되기만 하면 가장 빨리 안면을 싹 바꾸고 사리사욕에 몰두할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을 뽑아주고 나서 나중에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이유에 불문하고 좋은 사람을 뽑지 못하는 것은 남의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은 나뿐인 놈, 바로 선거기권자이다. 기권을 한다면, 나만 살자고 배를 버리는 꼴이다. 이번의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20년을 여는, 성년식을 하는 중요한 선거다. 대전시민은 올바른 사람을 당선시키는 6·4지방선거를 통해 유권자 혁명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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