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규 서산교육장 |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추었습니다. 지난 사월 검푸른 바다에서 우리는 오열해야 했습니다. 살아서 엄마 품으로, 가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는데.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는데…. 대지는 통곡하고 산하는 비탄에 빠지고 검푸른 바다는 오열하는 사월이었습니다.
수학여행! 입속으로 가만히 되뇌어만 보아도 가슴 떨리는 어휘입니다.생각만하여도 즐거움이 스멀스멀 온 몸 구석구석 가득히 피어나는 단어입니다. 그런 여행의 설렘이 가시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한 우리 아이들 앞에서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사는 우리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신모(16)군이 어머니에게 남겼다는 문자 메시지입니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그 짧은 순간 남겨놓은 문자메시지가 가슴을 에려오게 합니다. 차가운 그 바다, 암흑의 그 바다에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마지막을 맞았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봅니다. 그 아픔, 그 고통, 그 두려움은 그 무엇으로도 담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 수많은 주검 앞에 남겨진 유족들에게 무슨 말이, 무슨 몸짓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어떤 위로의 말과 지원도 부족할 뿐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대형 재난 사고 앞에서 오열하고 분노해야만 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사고 후 보고체계의 문제, 응급 구조 시스템의 문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직업윤리 문제 등이 각종 언론 매체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아이들을 잃었습니다.우리는 여러 번 귀한 아이들을 잃는 대형재난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러나 과거 여러 번의 아픈 경험 속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희생 위에서 얻은 경험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오늘 또 오열하고 있습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산하가 울고 하늘도 울고 있습니다.
선진국, 세계 최첨단 경제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 OECD 28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치루어 진 2012 PISA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오늘 이 큰 슬픔 앞에서 무슨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경제 일류국, 교육 일등국이지만 안전 삼류국이라는 외국 통신사들의 비아냥을 흘려들을 수 만은 없습니다.
'세계 15위 경제대국답지 않은 후진적 안전 관리' 중국의 환구시보는 “이번 재난은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 준 거울”이라면서 “현대화는 인간, 특히 인간의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인 생명을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아직 채 피어보지도 못한 꽃 봉우리들이 속절없이 검푸른 바다에 재물이 되는 아픔을 그냥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이 죽음의 순간에 겪었을 그 아픔, 그 고통 때문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또 오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아픔이, 이런 오열이 다시는 없도록 만반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를 살아 있는 자들은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만든들 이미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그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드릴 수 없다는 것이 또한 아픔이기도 합니다.
우선 당장 범국가적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미 진도와 안산지역이 재난구역으로 선포되었습니다.
사고 수습이 끝나는 대로 범국가적으로 안전 시스템에 대한 재구성이 있을 것이라는 발표도 있었습니다.효율과 성장에 앞서 기본과 안전부터 철저히 해야 하겠습니다. 이에 더하여 영면에 들어가는 희생자를 위한 합동 분향소 등을 각 지자체마다 설치했으면 합니다. 또 범국민적인 추도기간을 설정 희생자의 영령과 그 유족을 위로하는 기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얘들아! 미안하다. 우리 어른들이 너무 잘못했어.너희가 안전하게, 너희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 아이들이 으뜸으로 자리매김 되는 세상, 오월 하늘이 열렸습니다. 이 오월에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이 구현될 수 있도록 모든 제반 시스템이 완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오월 하늘 아래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안전한 나라가 펼쳐지는 꿈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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