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은 진정 하루빨리 이 나라를 등지고 싶을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도 이들의 깊게 파인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 국민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유가족 대책위는 '사고 발생 2주가 지나도록 시신마저 수습하지 못한 채 여전히 바다에 남아 있는 어린 학생들을 재빨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장례나 추모공원 관심보다는 팽목항의 실종자 아이들을 신경써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태만한 구조체계로 인해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고 정부를 힐난했다. 유가족들은 성금모금과 관련, '국민들에게 죄송한 일'임을 분명히 했다.
생활재난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성금을 한다면 한 라인으로 구성해 모금액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탁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난국 때마다 모금운동이 여러 곳에서 펼쳐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유족들은 성금 모금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신경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합동분향소 방문 시 청와대 관계자에게 '유족들의 어려움을 다 듣고 해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과연 그 지시가 제대로 실천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유족들 가운데는 여전히 시신조차 찾지 못한 90명 가까운 실종자 가족들이 있다. 이들은 보름이 넘도록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온전한 시신만이라도 하루빨리 찾기를 고대하며 고통의 나날을 눈물로 보내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글 가운데 우리 국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뼈저린 반성의 글이 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기약 없이 기다리게만 하고 구하지 못했습니다.' 정부당국은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의 요구사항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주길 바란다. 정부당국은 더 이상의 변명 없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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