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모(33)씨도 4살짜리 아이를 맡기는 문제로 며칠전부터 고민에 빠졌다. 근로자의 날에 보육교사들이 쉬게 되면서 매일 아이들을 맡기는 동네 어린이집 문을 닫기 때문이다. 주위에 딱히 아이들을 부탁할 곳이 없는 조 씨는 결국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들이 울상짓고 있다.
정부와 대전시, 각 지자체는 근로자의 날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들에 이용 아동을 위한 탄력적 운영을 지시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민간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있다. 부모들에게 아이를 맡길지 사전에 파악하고 1명이라도 수요가 있으면 문을 열어야 하지만, 보육수요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휴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어린이집들이 대다수다.
어린이집 외에 유치원도 원장의 재량에 따라 근로자의 날 휴업을 하는 곳이 많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교원이다. 유치원은 매 학년도 시작되기 전에 연간계획을 통해 수업 일수에 맞게 휴업일을 정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의 날에도 평상시처럼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출근하려 했던 맞벌이 부부들에겐 정부의 지침이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저출산이 우려된다며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혜택을 준다면서도 정작 맞벌이 부부에게 제일 급한 보육 문제는 부모에게 부담시키는 정부 정책을 두고 맞벌이 부모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휴무 여부가 보육과 교육 같은 자녀 문제와 직결돼 있는 만큼 근로자의 날 휴무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회사원 김모씨는 “남편도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아 결국 친정 어머니에게 올라와 아이를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런 일이 매년 되풀이 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