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영화구경 - 학창시절의 특별한 추억

우리 문화를 아시나요

요즈음은 대중매체와 전자기기들의 발달로 영화 음악 등을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영상기기들의 발달로 영화관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영화관만큼 인기 있는 시설도 그리 많지 않다. 영화의 장르도 다양해지고 제작비용이나 관람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영화와 외국영화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우리 영화가 외국에서도 좋은 평가와 성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영화관이 큰 도시에만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극장이라 하여 연극이나 음악공연과 같은 큰 행사 등을 영화관에서 하곤 하였다.

요즘과 같이 상영만을 전문으로 하는 영화관은 거의 없었다. 요즈음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상영등급에 따라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극장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었다. 심지어 선생님들께서는 극장 주변을 순찰하시면서 학생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애쓰셨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적발되는 학생들은 반성문을 쓰면서 선생님들의 생활 지도를 받아야 했다. 그 만큼 극장 주변은 학생들이 출입을 삼가야 하는 우범지대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유익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면 선생님의 인솔 하에 단체로 영화구경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영화를 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단체로 가는 영화구경이었기 때문에 할인된 요금을 갖고 가야 했지만 할인된 요금마저도 준비 못한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체로 영화 구경을 간다는 소문이 학교에 확 퍼지면 설레는 마음에 공부는 뒷전이고 영화 이야기에 몰입하곤 하였다.

극장에서는 학생들이 단체로 영화 보는 날을 특별히 정해놓고 영화를 상영하였기 때문에 영화 보는 날은 여러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줄을 지어 극장으로 향하곤 하였다. 영화관에 일찍 온 학교 학생들은 좌석에 앉을 수 있었지만 늦게 온 학생들은 계단이며 난간이며 할 것 없이 화면이 잘 보이는 곳을 찾아서 눈만 빠끔이 내놓고 보곤 하였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콩나물시루 그 자체였다. 한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영화를 본다는 그 일념 하나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곤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