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호회가 점령한 지역 체육시설

46종목 48만여명… 비회원 시설이용 어려워 '집단 이기주의 만연'

지역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있으나 일부 동호회의 집단이기주의와 횡포가 저변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체육시설 사용 과정에서 일부 동호인들이 전유 시설처럼 독점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횡포 아닌 횡포가 발생하면서 생활체육을 즐기려는 비회원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전시생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전생활체육연합회에 등록된 동호인은 축구 등 46종목(8884클럽)에 총 48만976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16종목(2665클럽) 14만6580명에 비해 종목수는 3배에 육박하고, 클럽수 및 회원수는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00년부터 매년 1만~4만명씩 꾸준히 증가한 생활체육 동호인은 2002년 20만명을 넘어섰고, 2007년에는 30만명, 2011년에는 40만명을 넘어섰다.

생활체육 동호인의 규모가 커지면서 일부 동호회의 집단 이기주의와 횡포로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은 주민들이 생활체육을 즐기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직장 동료들과 대전 모 공공체육시설에 배드민턴을 즐기러 갔던 A씨는 배드민턴 동호회 관계자에게 황당한 일을 당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A씨는 “해당 동호회에서 룰을 만들어 놓은 것을 처음 방문한 시민들은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동호회 총무라는 사람이 자신은 구두를 신고 다니면서 운동화를 신고 온 우리에게 위압적인 태도로 코트에서 나와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더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그러면서 “언쟁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비용을 돌려줄테니 가라는 식으로 했고, 우리가 기다렸던 코트는 그 동호회 회원들이 이미 들어와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며 “시민들이 함께 쓰는 시설을 동호회의 전유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충남 내포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실내체육관을 특정 동호회가 장기임대하면서 이 시설을 이용하려는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내포초는 모 배드민턴클럽이 토요일을 제외한 전 요일 오후 8~10시, 연말까지 선불금 50만원을 낸 뒤 예약했고, 내포중도 또다른 배드민턴클럽이 내년 2월까지 체육관 사용예약을 했다.

이 때문에 퇴근해 식사를 한 뒤 배드민턴을 즐기려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일부 체육시설을 사실상 사유화하는 등 '그들만의 생활체육'을 만끽하는 과정에서 비회원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더 소외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역 체육시설 관계자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동호회 사람들이 많고, 또 더 많이 즐기는 반면, 체육 시설은 한계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