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폐지론은 각종 대형사고나 계약 관련 비리 등으로 얼룩질 때마다 무수히 거듭돼 왔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수학여행 사고만 576건에 이른다. 대전 18건, 충남 32건, 충북 24건 등 충청권에서만 74건이 발생한 것을 봐도 대규모 인원 이동에 따른 안전사고 부담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실효성 면에서 타성에 젖은 수학여행은 교육적 수명을 다한 것이 사실이다. 단체 수학여행은 1900년대까지 소급되는 오래된 학교 행사지만 시대 변화로 장점의 대부분은 사라졌다.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지역별, 체험프로그램별, 시설별, 교통수단별 위험 요인이 없는지 치밀하게 체크하고 난 뒤의 일이다.
폐지와 유지 중 최종 결정이나 공론화는 안전 확보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비용이나 준비의 편의 때문에 고집하는 대규모 단체여행 및 활동은 재고가 필요하다. 학급별 진로나 테마체험 활동으로의 대체·전환도 대안이 될 것이다. 해외 수학여행도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선박과 항공기, 전세버스 어느 것이든 안전에 확신이 없다면 당연히 취소 대상이어야 맞다.
이른바 '소몰이식'으로 비유되는 획일적 수학여행이나 단체활동은 재고가 필요하다. 각 학교별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고수하기 위해, 취소나 보류에 따른 위약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행사를 억지 강행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가더라도 분야별로 철저한 안전 지침이 작동하고 안전에 대한 확신이 선 다음에 가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로 재난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만 높아졌지 실제 시스템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안전대책이 못 미더운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은 중단해야 한다. 교육청과 각급 학교는 강화된 의지를 갖고 재발 방지 대책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금과옥조처럼 외치는 구호만으로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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