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빈 한밭여중 교장 |
몇 년 전, 여자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할 때 제주도 체험학습을 인솔해 다녀온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도 놀라운 사고 소식에 '아니, 뭐라고?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면서 순간 그야말로 패닉 상태 자체였다. 학생 인솔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은 공감하고도 남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제주도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 선박의 규모에 거는 안전함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거대한 바다와 하늘 그리고 비행기에 대한 경이로움까지 포함해 안전하고 교육적 체험을 위해 우리 교직원이 준비하는 과정은 절대로 녹록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그런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너무도 허망하고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나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제주도 수학여행은 우리나라에서 이국적 정취를 갖는 우리 땅을 경험하게 되는 또 다른 기회여서 평생 갖는 추억 중 하나가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간간이 논의되던 수학여행의 존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아마도 좀 더 교육적인 방향으로 그 의견이 모아지리라 기대한다. 우리 교직원들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의 안전과 삶의 질 전체에 대하여 그야말로 무한 책임을 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기꺼이 아이들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한 가족으로 함께 가는 이가 우리 교사들인 것이다.
'미안하다. 저승에서라도 아이들을 챙기는 선생을 하겠다'며 돌아가신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한 마음으로 읽어짐은 아마도 우리가 같은 감정 선상에 서 있는 교육자이기 때문이리라.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이어지는 추모와 위로의 발길로 대한민국이 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답이 없는 공허한 외침과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으로 시간을 견뎌 내야하는 희생자 부모와 가족의 외롭고 공허한 삶에 대한 공감은 그저 단순한 공감이 아닌 희망의 끈을 놓아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마음으로 함께한다.
이미 우리는 그 아이들의 부모이고, 삼촌이고,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런 좌절과 혼란의 비극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저려옴은 물론 온 국민의 간절함은 상실의 트라우마로 이어지고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괜찮아지겠지 생각해 보면서, 삶이란 시간과 운명의 무거운 짐을 지고 견디어 가는 것이라는 말로 어떻게든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싶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작의 접점에 서 있다. 삶이란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져 인생은 끊임없는 용기와 함께 성장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제 우리는 아픔을 견디고 다른 이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수고와 헌신으로 그리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소명 앞에 서 있다.
학교란 평화를 가르치고 평화롭게 서로 사랑하고 사는 곳이다. 그 속에서 좋은 선생님은 학생을 꿈꾸게 하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란 말을 믿는다. 늘 생각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면서도 우리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한다. 묵묵히 교단을 지키며, 작은 골목길을 걸어가는 속도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를 도닥거리며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하며 아이들과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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