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상황에서 무기력한 현장 지휘와 아마추어적 초동 대처가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깊이 새겨봐야 할 때다. 지역 내 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 주도로 가장 먼저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부처 간 엇박자에서는 지역 기관 간 정보 공유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절감했을 줄 안다. 서해안을 낀 충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기회에 지자체, 재난 및 방재 담당기관 간 의사소통이 잘 되는 정보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진도 해상에서 날씨와 조류 앞에 재난안전관리스템이 무너져내린 것은 최신 전함이나 첨단장비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고 통합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결과였다.
10여개에 달하는 기관별로 각기 따로 움직이며 현장을 읽지 못하고 허둥대는 대응 시스템은 지자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지역에 상황이 발생하면 광역단체와 교육청, 시·군과 교육지원청, 소방당국 등이 합동대책본부를 꾸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위기상황에 필요한 것은 기능이 유사한 대책본부가 아니다. 다자간 손발이 잘 맞는 통합된 기구다.
보고체계에 있어서도 그렇다. 윗선 보고에만 시간을 허비하는 보고체계는 쓸모없다. 위기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응을 위한 현장 중심의 보고체계에 충실하자면 스마트 재난안전상황실 설치에 소요되는 예산 확보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유관기관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별 방재 전문직을 채용하는 등 전문인력 보강도 시급하다.
지자체의 현행 재난상황 대응은 주로 태풍이나 풍수해 등 자연재난에 맞춰진 측면이 있다. 이번 같은 사회적 재난 관리 능력까지 아울러야 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대책본부나 스마트한 장비가 효과적인 재난 대응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모두 똑똑히 지켜봤다. 신속한 정책 결정과 지원을 위한 패스트트랙(신속결정권) 가동의 필요성 역시 지자체가 세월호 참사에서 복기해봐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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