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교신은 세월호 선장 이모(69) 씨가 아니라 항해사가 한 걸로 확인됐다. 선장은 정해진 교대 시간이 없이 모든 상황을 감독해야 했지만 수로가 좁고 조류가 빠르기로 울돌목 다음인 '맹골수도' 해역 운항을 입사 6개월 된 3등 항해사와 신참 조타수에 맡겼다.
배의 맨 위층에 있는 조타실, 이른바 브릿지엔 선장은 없고 이들만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교신이 오가는 순간에도, 승객들의 탈출 지시를 내려야 할 상황에 선장 이 씨는 없었다.
선장 이 씨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침실이다. 선장 이모 씨는 구속 수감되면서 사고 당시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침실에 볼 일이 있어 갔다 온 사이에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런데 검경 조사에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조타실을 비웠다”고 말을 바꿨다.
선장 이모 씨가 조타실을 비운 시간이 너무 길고, 특히 사고 이후 조타실에 있었다는 정황이나 사고 이후 탈출을 지시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선장 이 씨는 밤새 항해에 따른 피로 때문에 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검경수사본부의 판단이다. 선장 이 씨는 오전 8시쯤 세월호 항해의 모든 권한을 25살인 3등 항해사에게 넘기고 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해경 관계자는 “이 씨는 우리 나이로 70세다. 밤샘 항해로 피곤했을 것이다. 분명히 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실에서 잠을 자던 선장 이 씨는 배가 기울어 잠을 깼으나 비몽사몽이었던 관계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직 살기 위해 도망가기에 바빴던 것으로 보인다. 이 씨가 계속 말을 바꾸며 거짓말로 일관한 것도 침실에서 잠을 잔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장은 승무원들에게만 들린 '퇴선 명령'을 내린 후 가장 먼저 세월호를 탈출했다.
교신 내용에 보면 사고 당일 오전 9시 14분쯤, 긴급 교신이 이뤄진 지 7분쯤 지났을 때 둘라 에이스 선박이 “옆에 보트가 탈출하네요”라고 전하는 대목이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선장 이모 씨가 승객들이 타야할 구명보트를 타고 가장 먼저 탈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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