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의 풍경은 정말 볼만하다. 그것은 프로나 아마추어나 똑같을 것이다. 필자의 프로시절 경험으로 볼 때는 승용차가 귀한 시대라 가까운 선·후배들끼리 차 한대로 이동하는 게 흔한 시절이었다. 시합장소에서 숙소까지 가는 과정은 정말 화기애애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스트레스라도 풀듯이 그동안에 있었던 골프이야기, 인생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치면서 내뱉는 육두문자는 소주 한잔과 더불어 맛깔스런 양념처럼 느껴질 정도니 세상에 뭐 부러울 게 없고 이해 못하고 용서 못 할 일이 없어 보인다.
모두들 우승이라도 기대한 듯 좋은게 좋다고 마음에 조금씩 거슬리는 선·후배들의 행동도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그냥 다들 이해하며 받아들일 정도니 정말 이날 만큼은 성인군자가 따로 없다. 그러나 첫날 시합이 끝나고 선수들의 표정은 대부분이 한풀 꺾여 있고 그나마 성적이 괜찮은 선수들은 아쉬움에 무용담을 늘여놓지만 그것도 잠시 다른 선수들의 눈치를 슬그머니 보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그날 저녁 식사 분위기는 조용하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여기서 구별 되는듯 싶다. 프로 세계에서는 오히려 성적이 좋은 선수가 말수가 줄어들고 골프 이외에 다른 가벼운 이야기로 무거운 좌중을 피해본다. “내일 잘 치면 되지 뭐” 애써 위로의 말을 건네본다. 그런데 정작 잘못 친 프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너무 배려하는 게 아닌가. 필자의 느낌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프로가 아닌가 싶다.
아마추어들의 상황은 다르다. 한차로 이동 했을 때 골프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의 풍경은 정말 다르다. 가까운 선·후배들 간의 풍경은 아마 많이 경험해 보신 걸로 대신해도 될성 싶다. 그야말로 승자는 사부고 패자는 제자다. 주말 골퍼라면 이거 다시는 같이 골프 플레이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명강의(?)를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처음에는 “이야! 너 골프실력 많이 늘었다”, “아니, 운이 좋았지 뭐” 칭찬과 위로의 화기애애한 건전한 뒤풀이가, 취기가 약간 오르면 금새 어디서 유명 티칭프로가 한사람 온 듯 오늘의 명강의가 또 시작되고, 골프를 잘 치는 대단한 비법이 있는 양 다른 동반자의 혼을 쏙 빼놓으니, 급기야 100타 내외 정도 치는 골퍼나 실력이 장기간 늘지 않는 사람은 오늘의 명강사가 추천하는 프로에게로 과감하게 선생님을 바꿔 버린다.
여기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 보자. 정말 바꿔야 할 것인가. 물론 성공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열심히 따라하는 학습효과 때문에, 연습량이 많아서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선생님이 바뀌면 불리한 측면도 좀 고려해 봄직하다.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매너리즘에 빠지면 한 번쯤 선생님도 바꾸어 봄직하다.
대신 본래의 사부와는 더 관계를 유지하라. 솔직히 자신의 잘못된 환경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지 사부의 능력을 의심하는 느낌의 인상을 주지마라. 사람이 골프보다 중요하다. 각설하고 이렇듯 골프가 사람 마음을 혼란스럽고 때로는 치졸하게하고 못 치면 뭐 죄인처럼 행동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인간관계까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대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기대치는 왜 커졌을까? 바로 비싼 돈에 겨우 없는 시간 내서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그냥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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