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경선일정 중단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선거 연기론'까지 제기되는 등 정치적 이슈가 당분간 여객선 침몰 사태에 블랙홀처럼 빨려들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향후 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조기에 당내 후보를 확정하려던 계획이 물거품됐다.
새누리당 대전시당 등에 따르면 진도 여객선 침몰사건으로 새누리당은 당초 18일로 예정했던 대전시장 후보 경선을 오는 25일로 미뤘다. 또 충남지사 후보 경선도 27일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28일 후보 추대식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침몰사건이 완전히 수습될 때까진 경선일정을 미뤄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터라, 일정이 재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때문에 광역단체장 후보들 고민도 적지 않다. 각 후보는 중앙당의 지침과 애도 분위기에 맞춰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경선 순연에 따른 각종 변수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대전시장 후보군의 경우, 노병찬ㆍ이재선 예비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격차를 줄여야하는 상황에 선거운동이 중단돼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다만, 경선 시일이 연기됨에 따라 다소 숨통이 트여진 채 선거전에 임할 수 있다는 내부의 반응도 있다. 따라서 이들 후보 진영은 문자메시지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경선 참여를 독려하는 등 물밑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에 박성효 의원 측은 경선대회 승리를 통해 여권 대표임을 부각시키려던 계획이 좌절됐다.
그러나 타 후보 측의 지지율 격차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여객선 침몰 사건에 따른 '정부ㆍ여당무능론'의 여파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충남지사 후보주자들도 마찬가지.
정진석 예비후보와 이명수(아산)ㆍ홍문표(홍성ㆍ예산) 의원 측은 경선이 임박한 가운데 조직력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사실상 선거운동이 중단되면서 남은 기간은 조직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
일례로 이명수 의원 측이 특정 후보를 겨냥해 경선 포기 루머 등 흑색선전 유포를 지적하고 나선 것도 조직력 이탈 등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심사 등 선거 일정에 총체적인 차질을 빚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각 시도당별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내부적인 심사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 일정은 계획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지난 18일 기초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자격심사 결과를 발표해 예비경선(컷오프)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국 분위기상 기초단체장 후보 컷오프 결과 발표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 결과 발표를 유보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까진 기초단체장 경선 일정을 마치려던 계획은 물론, 광역의원 후보 선출대회 일정 등도 다소 틀어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새정치연합 측 광역단체장 후보들 스텝도 꼬이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 예비후보는 26일께 사무실 개소식을 추진하고 있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달 말을 끝으로 업무를 마감할 예정이었다.
이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TV토론회나 경선대회 등을 통해 여론과 유권자의 관심을 받아온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 개소식 등의 이벤트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율 등에 앞선 후보는 혹시나 모를 역풍에, 뒤처지는 후보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며 “경선 일정 순연이 향후 각 당의 경선과 지방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사고 수습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거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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