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승무원들이 제 역할만 했어도 실종자가 그처럼 엄청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의 정황에서 드러나는 것들은 재난대응 매뉴얼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줄 정도로 승무원들의 위기 대처가 엉망이었다.
위기상황을 가장 잘 아는 선장이 탑승객들보다 먼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했을 뿐 아니라 다른 승무원들 역시 위기상황에서 탑승객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자신의 몸만 탈출했다. 여승무원인 고 박지영씨 만이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찾아주고, 끝까지 대피를 안내하다가 결국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국가적 재난수준이며 이로 인한 국민적 충격 또한 엄청나다. 특히 ‘대한민국=사고공화국’이란 이미지와 함께 초기 대응 미숙 등에 따른 국민들의 불신감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런 불신감은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면서 수학여행 존폐론까지 등장했다. 학생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구조 작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조현황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애끓는 가족들의 분노까지 사고 있다. 물론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구조 인원을 잘못 집계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구조 현황을 시간대별로 발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형사고일수록 SNS 등으로 잘못된 정보가 전파되기 십상이다.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곧 관계당국의 발 빠른 구조현황 발표다. 구조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돼도 실종자 가족의 가슴은 답답할 텐데 이번처럼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국의 현황 발표마저 뚝 끊긴다면 가족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당국의 보다 신속한 구조작업 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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