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A(27)씨는 남편과 결혼해 2007년 1월 딸을 낳았다. 하지만, 3개월 후 남편과 협의이혼을 했고, 혼자 딸을 양육하기가 어렵자 2009년 4월 자신의 부모에게 친양자로 입양시켰다. 다시 말해, 가족관계기록부상 A씨는 자신의 딸과 자매가 된 것이다.
이후 A씨는 2014년 2월 새로운 남자와 결혼했고, 새남편의 동의를 구해 딸을 다시 양녀로 입양하기 위해 대전가정법원에 허가를 신청했다. 딸을 외국으로 데려가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는데, 법률상 모녀관계가 아닌 자매관계인 경우 해당 국가의 여러 절차나 복지 측면에서 불리해 서둘러 입양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전가정법원 가사4단독(판사 고춘순)은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방법으로 입양하면 친양자관계가 유지되는 것으로 가족관계등록부상 동생을 양녀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고춘순 판사의 판단이다. 이런 경우 A씨 부부가 딸을 다시 친양자로 입양한다면 딸과 외조부모 사이의 친양자관계가 종료돼 언니가 동생의 양모가 되는 관계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행법상 부부의 결혼기간이 1년이 되지 않으면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고 판사는 “생모가 친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이번 사안은 가족관계등록부상 언니가 동생을 입양하는 모양이 되고 친모가 친딸의 양모가 돼 합리성을 크게 벗어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양자 파양의 방법으로 모녀관계를 회복하거나 장차 결혼생활이 안정된 후 요건을 갖춰 친양자 입양을 하는 등의 방법도 있다”며 “절차상의 불합리에도 서둘러 입양하는 것이 딸의 복리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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