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차량 쌩쌩~ 하천 산책로 '무법천지'

자전거 도로 등서 불법운행… 처벌 규정없어 단속 어려움

지난 11일 오후 2시쯤 한밭대교 하류 오정동 방면 하천 산책로에서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 직원은 먼지를 일으키며 쏜살같이 달려가는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하천관리사업소 직원은 이 오토바이를 세운 뒤 운전자에게 이 곳은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가 운행할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돌려보냈다.

곧이어 또다른 오토바이가 무서운 속도로 산책로를 질주했다. 단속 직원이 수신호로 세우라고 했지만, 운전자는 아랑곳없이 달아나버렸다.

대전시민들의 산책과 조깅 등 생활체육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있는 3대 하천변 산책로와 자전거길에 오토바이·차량의 불법 운행이 기승을 부리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난폭하고 몰지각한 운행에 대해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마땅치 않아 단속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처벌로 이어지긴 힘든 상황이다.

15일 하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날까지 대전 도심 하천변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무단 운행하거나 주차한 오토바이 및 차량 단속건수는 20건에 달한다.

이는 가끔 접수되는 신고나 단속직원이 도보로 하천을 다니다가 현장에서 단속한 것으로, 실제 불법 운행하는 오토바이 등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천 산책로 입구 및 바닥 등에 운행 금지 안내판 및 표지를 해놨지만,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 등이 나몰라라 하며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산책이나 조깅 등을 하는 곳에 오토바이가 다니면서 시민들은 자칫 사고를 당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

이처럼 오토바이와 차량의 불법 운행이 횡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마땅치 않다. 하천변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도로교통법 상 인도 및 도로로 볼 것인지 아닌지 해석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선에선 당연히 산책로는 인도로, 자전거길은 도로로 볼 수 있지만, 도로교통법에선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시민 편의시설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도로교통법 상 '불특정다수가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하도록 공개된 장소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는 포괄적 규정은 있지만, 이 또한 하천 산책로 및 자전거길을 포함할 지 여부는 법적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게 하천관리사업소 측의 설명이다.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오토바이와 차량이 운행할 수 없는 장소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고, 타 시도 등의 사례도 마땅한 게 없어 아직 처벌한 사례는 없는 실정”이라며 “법적 해석 등을 떠나 운전자들이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기본은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