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최근 대기업 등기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최고 연봉이 60억 원 이었다. 600만 불의 사나이가 탄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경영의 성과로서 이러한 세계적인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로서 매우 축하할 만한 일이라는 주장과 양극화의 현장으로서 경제의 민주화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60억 원은 일반시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돈이다.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만원짜리 지폐를 2분에 100만원씩 하루에 10시간씩 센다 해도 20일 이상 걸리는 금액이다. 대부분의 일반 서민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현실이다.
미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한번은 골프장에서 대만계 미국인과 골프를 쳤다. 그 사람이 '한국 대통령이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이어서 인기가 많지 않던 때라 어떤 이유인지를 물어보았다. '전에는 대만경제와 한국경제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한국이 훨씬 앞선다는 것이다. 한국이 앞서는 이유는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만경제를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생각이 매우 다른 것을 느꼈다. 여러 가지 시각들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주도한 것은 대기업이다. 자원도 없고 시장도 없이 수출에 의존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있어야 한다. 부품산업 위주의 중소기업만 가지고는 세계와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성공한 우리나라 기업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요즘 뭐하고 지내느냐고 물어보았다. 미얀마에 다닌다는 것이다. 왜 그런 데를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현재의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수준이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오를 만큼 오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는 인건비가 싼 미얀마에서 할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현장이다. 기업가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 세계적인 무한 경쟁체제하에서 언제 어떤 기업이 도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기업의 평균수명도 30년에서 최근에는 6년으로 줄었다고 한다. 요즘 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10명 중 9명은 5년 내에 망한다고 한다. 이자율이 매우 낮은 것도 자본주의하에서 자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는 것이다.
1G는 모토롤라가, 2G는 노키아가, 3G는 애플과 삼성이, 4G는 하이엘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자동차 산업이 재편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 창출을 걱정하는 이유이다. 이제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각론에 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성장이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민주화가 중요하다고 한다. 두 가지 다 중요하다. 지구상에 우리만 존재한다면 이 문제를 가지고 충분한 결론을 내린 후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라 하지만 시장이 없는 약소국에 불과할 따름이다. 대만 경제를 지탱해 주는 화교 파워도 없다. 시장이 지배하는 경제구조 하에서 수출이 버텨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 알게 모르게 우리경제는 성장했고 국민들의 욕망은 훌쩍 커져 버렸다.
60억 한마디에 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을 심어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더 큰 꿈을 젊은이들에게 심어 주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업의 흥망성쇠가 계속되고 있고 살아남은 기업이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고 영향력만큼 사회적 역할도 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보면 미우나 고우나 대기업은 우리나라를 대표한다. 어려운 여건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준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잘 나가는 대기업을 끌어내리려 하지 말고 세계적인 기업 몇 개를 더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물론 대기업도 과거의 관행을 탈피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투명한 성장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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