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두엄과 잿간 - 논·밭 거름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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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두엄과 잿간 - 논·밭 거름 모으기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4-15 14:03
  • 신문게재 2014-04-16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이제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길가의 나무들은 수줍은 연초록잎을 살포시 내밀고 세상 구경 준비를 하고 있다. 길가의 빈 터나 들녘에는 민들레, 제비꽃, 냉이꽃을 비롯하여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서 진하지 않은 색으로 모자이크처럼 아로새기고 있다. 작고 아름다운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온다. 잔디에 밀려 잡초로 푸대접을 받은 야생화들에 대하여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이 때쯤이면 논·밭에서는 농사일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농사를 짓기 위하여 맨 처음 하는 일이 땅심을 높이기 위하여 두엄을 내는 일이다. 두엄은 볏짚이나 풀 등과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를 뒤섞어서 잘 썩힌 퇴비를 말한다. 요즘처럼 화학비료나 전문업체에서 만든 퇴비가 나오기 전에는 각 가정에서 농사를 짓기 위한 두엄을 직접 만들어 썼다.

두엄을 썩히는 웅덩이인 두엄발치를 만들어서 음식물 쓰레기나 볏짚, 풀 등과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를 모아 섞어서 썩혔다. 돼지나 소, 말을 키울 때는 돼지를 키우는 돼지간, 소를 키우는 외양간, 말을 키우는 마굿간에 볏짚이나 검불 등을 넣어 돼지, 소, 말 등의 분뇨와 자연스럽게 섞이고 짓밟히게 하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돼지간과 외양간, 마구간을 깨끗하게 치우면서 분뇨와 함께 짓밟힌 볏짚이나 검불을 모아 두엄을 모아두는 두엄자리나 두엄터, 두엄간에 잘 보관하였다가 논·밭의 거름으로 쓰곤 하였다.

두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하여 사람이나 짐승의 분뇨, 볏짚이나 검부러기 풀, 낙엽 등이 많을수록 좋았기 때문에 식물성 쓰레기들은 거의 모두가 두엄을 만드는데 재활용되었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난 뒤의 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재가 가득차면 재를 삼태기에 담아 재를 모아두는 잿간에 모았다가 거름으로 썼다. 재는 대부분이 가루이고 가벼워서 바람에 날려가기 쉬웠기 때문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헛간을 만들거나 뒷간의 한쪽 구석에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잘 보관하였다.

재와 분뇨를 함께 섞고 썩히면 좋은 거름이 되었다. 분뇨도 요즘처럼 수세식으로 씻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장소에 분뇨 통을 만들어서 잘 받아 모았다. 심지어는 뒷간뿐만 아니라 집안 구석에 항아리를 묻거나 오줌통을 놓아두고 받아 모았다. 요즈음 생각으로는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앞설지 모르지만, 농경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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