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논설위원 |
# 최근 아산에서 코미디홀이 문을 열었다. 이곳의 명예 관장은 다름 아닌 최양락씨다. 도고면에 위치한 아산코미디홀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공연을 펼친다고 한다. 침체된 도고온천 지역에서 새로운 관광코스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개관식에도 임희춘씨를 비롯해 남보원, 남성남 등 원로 코미디언과 송준근, 오나미 등 국내 인기 희극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충청지역 출신의 희극인들이다. 최양락씨를 비롯해 이영자와 안상태가 바로 아산 출신이다. 어디 그뿐이랴. 남희석이 보령 출신이며 오나미가 공주, 김정렬과 전영미가 청양 출신이다. 하나하나 다 열거하기 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 사실 개그계를 겉만 보면 흥미롭지만 그 세계 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분야도 많지 않다. 단 한 번의 무대 연기 속에서 관객의 폭소를 얻어내야 하는 만큼 재미, 비유, 반전 등 모든 요소가 적절히 배합돼야 한다. 시청자들의 시선은 늘 새로운 재미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들의 기대치에 미달할 경우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여지는 '시청률의 제왕'은 막장으로 치닫는 안방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개그계 역시 치열한 경쟁만은 덜하지 않다. 때문에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에서 인기를 날렸던 그 많던 개그맨들이 지금은 어느 프로그램에서 버티고 있는지 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 과거 '웃으면 복이와요'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은 70~80년대 국민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었다. 1969년 MBC 개국과 함께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코미디방송의 첫페이지를 열면서 당시 국민의 시름과 걱정을 웃음으로 날려주는 역할을 했다. 고 배삼용씨를 비롯해 구봉서, 신소걸, 고 남철, 남성남 등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코미디언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소재의 빈곤으로 인한 과장된 몸짓 등이 연이어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면서 국민코미디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젊은 희극인을 중심으로 한 '개그맨'이라는 명칭이 시청자들의 귀에 익숙해지면서 '코미디언'이란 명칭은 점차 '재미없고 진부한 희극인' 정도로 퇴색해갔다.
#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씨가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성수월마을에 2011년 조성한 코미디 철가방극장도 그의 무한한 코미디 사랑과 함께 젊은 개그맨 양성으로부터 시작됐다. 2008년 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몰지구 마을 주민들이 몰려와 살던 조용한 마을이 철가방극장으로 말미암아 귀촌인구도 10여 가구 늘어나는 등 활력을 찾은지 오래다. 극장은 단순히 코미디만을 팔지 않는다. 공연을 보고 나온 관광객들은 주변 식당에서 국밥을 즐길 뿐 아니라 이곳 특산물인 미나리 또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철가방극장의 실험은 청도군 전체로 퍼져 청도는 코미디 창작촌 건립을 추진 중이다. 청도 전체가 코미디 고장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문화를 통한 창조경제의 한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아산코미디홀이 관람객들에게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조건이 있다. 먼저 신선한 소재를 찾아 낼 수 있는 작가 발굴을 비롯해 신인 연기자 육성이 선행돼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우리지역 출신의 개그맨이나 원로 코미디언은 귀중한 인적 자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존 인적 자원만으로는 늘 새로운 연기를 갈구하는 관객의 욕구를 좇아갈 수 없다. 기존 희극인들만 무대에 설 경우 자칫 소재 부족으로 과거 그들이 선보였던 것들을 재탕, 삼탕할 우려마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1년 동안 공연할 것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획력도 갖춰야 한다. 아산코미디홀이 청도의 철가방극장 못지않은, 문화를 통한 창조경제의 한 영역으로 성장해나가야 한다. 명실공히 개그의 전당으로 만들어가라는 당부다. 최양락 명예관장께 한마디만 묻자. '관객들에게 항상 신선한 웃음 줄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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