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를 줄여 가격 거품을 걷어낸다는 대형마트측의 주장에 소비자들은 환영의 입장이지만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에서 판매되던 상품들이라는 점에서 골목 상권 죽이기라는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마트가 시중에서 2만5000원 가량에 팔리는 고려은단의 비타민C를 9900원에 판매하면서 지역 약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 약사회에는 이마트에 반값 비타민을 납품한 고려은단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약사들은 “약국에서 판매되는 비타민의 원료는 영국산이지만 마트용은 중국산 원료”라며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 약사들이 일부러 가격을 높였다는 인상을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약국들의 대형 마트의 반값 비타민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원인으로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은 마트와 제약사의 도의적 책임이라는 표면적 이유외에 그동안 약국에서만 판매해왔던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이 편의점이나 마트는 물론 최근 대기업의 드럭스토어 진출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올초에는 이마트가 2만3500원의 수학참고서 3권을 세트를 9900원에 판매를 시작하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를 비롯한 전국 동네서점인들이 “동네서점의 경우 참고서 판매가 매출의 80%나 될 정도로 비중이 큰데 할인폭을 크게 해 판매하면 동네 서점의 고사를 가져온다”며 반발했다.
2012년에는 이마트가 안경을 시중가보다 50% 할인해 판매하는 '반값 안경' 행사를 진행하자 대한안경사협회가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안경사들의 상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이 같은 이마트의 반값 판매에 대해 소비자들은 환영의 입장이다.
주부 박지은(35)씨는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데 가격이 절반이라면 소비자들로서는 당연히 저렴한 물건을 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자영업자 김 모(47)씨는 “대기업이 반값이라는 미끼 상품으로 지역 상권까지 장악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동네상권이 다 죽은 후 대기업이 가격을 좌지우지 할 경우 이를 견제할 장치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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