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적인 재정상태는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78곳이 된다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재정자립도 또한 지난해 대비 7%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재정자주도는 13%포인트나 곤두박질했다. 그러다 보니 증가한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비중은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만한 수준에 이른다.
중앙 의존도를 높이는 지방재정 악화는 지방자치의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집계방식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부동산 세수 등 자체 수입이 줄고 지방재정을 축내는 복지정책이 확대되며 더 심화됐다.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세출 및 세입 권한의 비대칭에 기인한다.
그 단적인 실례가 조세수입 중 지방세가 20% 안팎에 불과하다는 부분이다. 지방자치제의 연륜과 상관없이 그 비율은 1991년 20.9%에서 23년이 다 되도록 여태 그 근방에서 미세하게 오르내린다. 증가율 면에서 국가 세입에 지방 세입이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자체 재정 부실은 재정 분배의 불균형 탓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각종 교부세와 국고보조금으로 지탱해 나가는 지방재정의 부실이 왜곡된 자치구조를 부르는 것은 거의 필연이다. 재정 건전성의 취약함은 또한 지방재정의 양적 팽창과는 달리 질적인 자주재정권의 제약에서도 비롯됐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학교라면 지방재정은 그 학교의 금고에 비유된다. 지자체 재정 악화가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재정 책임성과 재원 효율성의 책임이 지자체에 전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업무를 지방에 안기면서 걸맞은 재정이양이 따르지 않은 것도 재정난을 키운 요인이다. 자체 수입 감소나 이전 재원 부담 증가 등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인건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지자체가 더 늘어날게 뻔하다. 중앙과 지방 간 세입과 세출 기능의 재편을 포함한 깊이 있는 대안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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