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주사만 주는게 의사는 아냐… 삶 나누는 '라뽀'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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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사만 주는게 의사는 아냐… 삶 나누는 '라뽀'가 중요”

“지역 뇌성마비 환자와 20여년… 병원밖 연결된 사회통합 필요해”

  • 승인 2014-04-14 14:19
  • 신문게재 2014-04-15 9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지금은 전문질환센터시대 충남대병원을 가다- 7. 권역재활센터 소아재활 명의-김봉옥 교수


#민지의 일기
“거의 10년전 일이었다. 정기적으로 교수님을 뵙는 날이었다. 그때 내가 쓴 글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린 맘에 교수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글을 본 교수님께선 무척 기뻐하셨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난 시를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교수님은 은인이시다.” 뇌성마비 환자였던 민지는 지난 1992년부터 김봉옥 교수와 환자로 만났다. 그의 재능을 알아봤던 김 교수는 민지에게 '시인'이라는 호칭을 붙여줬고, 병원내에서 시화전도 열어줬다. 민지의 글을 모아 지난 2009년 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는 '노란 병아리의 외출'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김재원군의 회고
“원장님과 전 20지기 입니다. 우리 엄마 다음에 제가 또 엄마라고 부르는 분이시죠.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보면, 병원비가 없어 고생할때,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때 김 교수님은 엄마처럼 학교도 직접 찾아와주시고 문제도 해결해 주셨어요. 이젠 걱정이 되는 것은 김 교수님이 조금있으면 정년 퇴임을 하실텐데…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스무살 뇌성마비 환자인 김재원군은 김봉옥 교수와의 인연이 20년 됐다. 앞으로 목사가 돼서 자신처럼 불편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할수 있다면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선교를 하는 것도 꿈이다.

의료 용어중에 '라뽀(rapport)'라는 말이 있다.

이는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말한다. 의과대학생이라면 학창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배우지만, 라뽀는 단순히 피상적인 개념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라뽀가 좋은 환자와 의사는 치료 효과도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의 병은 물론 삶의 환경, 가정 환경까지 상담할 수 있고, 들어줄 수 있는 노력과 마음이 필요하다.

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봉옥 교수에게 '라뽀'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 이었다.

김 교수의 환자들은 어린시절부터 청소년, 성인이 될때까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20여년동안 지역 뇌성마비 환자들을 만나오며 잘못된 제도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려운 환자들을 돕기위한 후원회를 하기도 했다.

이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꿈사랑 부모회(뇌성마비 부모회)'를 만들기도 했다.

김 교수는 “소아재활 하면 아기를 보다고 생각한다. 아이 시절부터 치료를 받아도 성인이 되도 지금까지 장애는 남아있다. 인큐베이터 시절부터 본 아이들이 24년간 지켜본 아이도 있다”며 “일생을 같이 사는 느낌이다. 단순히 약만주고 주사만주는 의사가 아니라 삶을 나누다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걱정한다”고 말한다.

그는 “재활의료라고 하는 것이 단편적인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기 보다는 만성병이지만, 의료도 발맞춰 성장하는 것에 맞는 서비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아이는 엉덩이뼈가 아프다고 해서 메트리스를 바꿔줬더니 삶의 질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이 아이는 좋은 컨디션으로 경쟁하면서 살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전이 고향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재활의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병원의 교수로 살아오면서 그는 지역사회에 많은 일을 해냈다.

아이들이 받고 있는 정부 지원과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문제제기를 했고, 제도를 바꾸고 법을 바꿨다. 문제를 찾아 교육청과 인권위원회, 국회까지 찾아 공청회를 열면서 장애인 보조인 지원 문제도 해결했다.

그는 재활치료는 병원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돼 사회통합이 돼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이 병원생활을 하는데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치료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나와 만난 아이들은 어린이날과 성탄절에 장기자랑을 하고, 엄마들 에어로빅을 하는 등 부모도 함께 커가는 치료를 하고 있다”며 “엄마가 우울증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있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사회와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사회를 연결하기 위한 '국제키비탄 한밭클럽'도 만들었다. 신경외과, 신경과 의사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소아재활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람들을 모아 NGO 단체를 만들어 일종의 지원세력을 만든 것이다. 이 클럽은 보조기구 페스티벌 등을 통해 의료 지원과 재활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충남대병원 권역재활센터는 최근 소아재활을 강화했다.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소아전문 치료실도 운영중이다. 4월 중순이면 치료사 확충 등을 통해 소아 낮병동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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