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 부당하다며 소송낸 '불륜 경찰'

법원 “징계 타당” 취소訴 기각

대전경찰청 소속 경찰인 A씨가 행정소송을 냈다. 정직 1개월의 징계가 부당하니, 대전경찰청장을 상대로 정직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당사자와 이해관계자 4명 모두 '경찰가족'이다. A씨는 2012년 3월 팀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중 같은 팀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이 화장실을 가자 뒤따라가 강제로 키스하는 등 추행했다. 4월까지 카카오톡으로 '널 내 안에 가두고 싶다' 는 등의 내용을 주고받고 밤늦은 시간에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등 만남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하지만, A씨는 전직 경찰이던 부인이 있는 유부남이고, 여직원 역시 전 남편이 전직 경찰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난 것도 여직원의 전 남편이 대전 둔산경찰서장과 대전경찰청장 등에게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A씨는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대전경찰청은 둔산경찰서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경찰공무원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했다'며 같은 해 10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A씨는 또다시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 측은 “술에 취해 서로 실수한 것일 뿐이고, 여직원과 전 남편은 남남이므로 가정을 파괴했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적절한 관계로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직원과 부적절한 연인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적 영역에 관한 것이고, 앞서 대전경찰청은 경찰관과 행정관의 부적절한 이성교제 사건에 대해 견책처분을 내린 적도 있다”며 정직 1개월은 징계재량권 남용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병식)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조사 과정에서 A씨와 여직원이 모두 통화내역이나 휴대전화의 임의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이었으며, 단순한 직장동료 사이를 넘어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했음에도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엿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이자 가정이 있는 유부남으로서 신의를 저버리고, 의무 위반 행위 정도와 고의성 등을 종합하면 정직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