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연금' 배분협상 석달째 제자리

충남聯 “차등배분”- 서해안聯 “균등배분” 입장 팽팽 특별법 개정도 헛바퀴… 6월 임시국회 처리 불투명

서해안 유류오염 사고와 관련, '삼성 출연금'의 배분 및 수탁 문제가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충남피해주민단체와 전남·북피해주민단체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증여세 등 출연금의 60%에 달하는 세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꼬이고 있다.

13일 도와 피해주민 등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측은 서해안 유류피해주민과 합의한 지역발전출연기금 2900억원을 지난 1월말 수협중앙회 계좌로 입금했다. 지역발전출연금 총액은 3600억원인데, 500억원은 이미 태안지역에 사용됐고 나머지 200억원은 향후 2년간 사회공헌사업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출연금 배분을 놓고 지역간 갈등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해양수산부 주재로 지난달과 이달초 두 차례 삼성 출연금 배분 및 수탁 관련 실무협의회를 열었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

회의 안건으로 출연금 수탁합의서 문안 작성과 수탁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충남피해민연합회와 서해안피해민연합회 양측의 입장만 재확인하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출연금 배분과 관련, 태안 등 6개 시·군으로 구성된 충남피해민연합회는 '피해 규모에 따라 차등배분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전남 무안 등 7개 시군으로 구성된 서해안피해민연합회는 '피해 면적까지 계산해 균등배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출연금을 맡아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수탁'대 '법인 설립'이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수탁을 거부하고 있는 해수부 측은 출연금에 대한 증여세와 법인세 등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선 법적 기부금단체인 '법인 설립'쪽으로 유도하는 상태.

현행법상 법적 기부금단체가 아닐 경우 증여세 50%와 법인세 10% 등 기부금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만약, 출연금을 일반적으로 받으면 2900억원 중 1740억원가량은 고스란히 나랏돈이 되는 셈이다. 출연금을 내놓은 삼성중공업 측에서도 법인 설립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법적 기부금단체로 하면 600억~700억원 정도를 공제 받을 수 있어서다.

문승일 충남유류피해대책위 사무국장은 “삼성이 지역발전출연기금을 내 놓도록 국회에서 충분한 노력을 했고 이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며 “피해주민 간 갈등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총리실 산하 유류피해특별대책위원회를 열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연금 세금 문제 해결을 위한 법 개정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특별법' 개정을 준비해 온 새누리당 성완종(서산·태안) 의원은 사정이 여의치 않자 오는 6월 임시국회 때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도 관계자는 “출연금 배분 문제가 주민간 이견으로 석 달째 진척이 없다”며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