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에 걸린 잉어는 잉어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거나 토한다. 스트레스 반응이다. 붕어가 “절대로, 절대로 미끼를 안 물어야지” 다짐하고는 3초 뒤에 문다는 '붕어 아이큐' 논란은 인간이 부추긴 측면이 있다. 취미삼아 관상어를 길러봤는데, 주인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몰려와 입을 뻐끔거렸다. 물고기가 통증을 느끼는 감각세포의 존재도 그때 알았다.
고통은 무엇인가. 고통에 대처하게 두뇌가 관여함을 의미한다. 개와 고양이는 심리적 고통까지 느낀다. 북한의 포 사격음으로 받은 서해 5도 꽃게의 스트레스가 요즘 어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어획량이 쑥 줄었다. 우리가 횟집에 가면 소금구이 냄비 위에서 다이빙하는 새우를 보며 즐거워하지만 새우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할지 모른다.
스트레스는 생체가 자라고 일하고 죽기까지 적응시키려는 자연의 계획이다. 그러나 과다하면 문제다. 생태계의 을(乙)인 메뚜기는 천적의 출현에 식성까지 바뀐다. 체내 질소 함량이 떨어진 메뚜기가 죽으면 토양 미생물 순환은 느려진다. 경영의 전범처럼 인용되는 '메기와 미꾸라지론'은 어쩌면 메기(=강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논리일 수도 있다.
돼지와 닭의 사육환경을 다룬 구중회 KBS PD가 말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가축을 사육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치사율이 높아지는데 이때 항생제를 더 넣게 된다.” 배부른 동물복지냐 하겠지만 그것이 사람을 위한 길임을 그 친구를 통해 알았다. '닭공장' 환경은 생존에 적합한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80년 전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캐나다 생화학자 한스 젤리에가 “의미 있는 것으로 지각되는 내적·외적 자극”으로 설정한 스트레스 범위를 훨씬 벗어난 것이었다.
스트레스는 긍정의 언어였다. 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사람속-호모 사피엔스종인 인간에게는 특히 그렇다. 스트레스 반응은 적과 마주쳐 싸우거나 도망치는 '공격·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을 거쳐 안전에 이르는 경로지만 예측 가능성과 조정 가능성이 없는 사이코들은 감당이 그만큼 어렵다. 핵무기보다 비대칭전력이 더 사람을 신경질 나게 하는 이유다.
국방부는 지난 금요일(11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소형 무인기가 북한 소행이 확실시된다고 발표했다. 거기에 폭탄을 실으려면 몸체를 키워야 하는데 그러면 레이더에 잡힌다. 화학무기를 쓰려면 미사일에 탑재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 우리 영공을 뚫었다고 포식자 스트레스로 생리적 평형이 깨지면 우리만 손해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 호르몬이 세포막을 분해하고 DNA 합성을 막는 활성산소를 만든다.
무인기가 신종 안보 위협이 될는지도 '판단의 스트레스'로 몰아넣는다. '선택의 스트레스'도 있다. (딱 좋은 예가, 배추김치 원산지를 속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에 단속된 식당들이 소비자에게 준 스트레스다.) 군사전술적인 위협은 약하지만 안보국가로 가는 좋은 스트레스(유스트레스)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6년 전 충남대생들이 제작한 무인기 사양밖에 안 된다고 우습게보다간 위기로 되돌아온다. 우리 마음속 자동항법장치인 '무의식'이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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