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의 변화에는 두 가지 동인이 필요하다. 고급 두뇌를 산업계로 이끄는 정부의 노력, 공대 자체의 변신 노력이 그것이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로 주력 산업의 축을 옮기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과거 산업화에 기여한 기계, 금속, 전기·전자 등을 홀대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어느 학과, 어느 분야든 창의적 인재의 공급원으로 존속해야 한다.
현행 공대 교육은 “산업화와 괴리된 이론 연구 중심”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 10일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의 미달 사태가 예시되기도 했는데, 사실 이공계 인기 학과의 부침과 산업화의 관계는 밀접하다. 1980~90년대 공대생의 인기에서 봤듯이 이공계 업종이 미래에 부합한 선호 직종으로 인식되면 공대 프리미엄은 재연될 수 있다.
실제로 공대를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탈바꿈하는 전제는 인재가 모이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통상대국 8위라면서 두뇌 유출이 60개국 중 37위인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연구개발 예산이 빈약해 이공계 인력 양극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학기술 또는 연구개발 인력, 고급 두뇌 어느 쪽이든 육성 전략을 체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흐름에만 맡기지 말고 고급 두뇌 유출을 공대 육성으로 구현하려는 창조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해야 한다. 이공계 53%가 대학 잔류를 희망하고 기업의 67%가 인재난에 시달려서는 ‘창조’는 없다.
조심할 것은 ‘혁신’의 부산물로 공과대학 간 격차를 더 벌릴 우려가 내재한다는 점이다. 지방대 공대가 대표적인 경우다. 인문계열 채용 폐지가 부른 ‘슬픈 인문계’ 문제도 물론 함께 해결할 과제다. 최근 취업시장의 이공계 ‘부활’은 상승기류로 활용할 호재지만 그게 전부는 되지 못한다. 공대에 있어서는 통합적 사고와 융합지식, 현장 적응 능력 배양이 새로운 ‘패러다임’이겠다. 외피만 창조경제로 덧씌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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