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기 대전시사랑의열매나눔봉사단 총단장 |
근래 '갑'과 '을'의 불합리한 관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고객과 응대자의 관계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갑' '을' 관계다. 그런데 '을'(응대자)의 입장을 악용한 '갑'(고객)중에는 거의 폭력적 수준의 횡포를 보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극심해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미친×이 말귀 존× 못 알아먹네” “이딴걸 팔아먹어” “밥 처먹고 하는 일이 이래” “×× 똑바로 하란 말이야!” 감정 노동자에 대한 예의 없는 악성고객(블랙 컨슈머)때문에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우울증, 환청 등의 정신질환을 앓으며 심지어 자살의 위험에 노출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에도 막말에 상처받는 경우 실제로 상처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화병' 환자들 중 46.4%가 소화기계통 질환, 33.3%가 근골격계 질환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감정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75초마다 습관적 욕설을 한다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욕설,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 지하철 시내버스 등에서 노인과 약자 등에게 내뱉는 무례한 말,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속에서 튀어나오는 비속어 등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천박한 댓글 문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성희롱 등 심각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고객들에게 법적 조치를 한다지만 실제 그런 수준까지 간 사례가 드물며, 오히려 직원 인권보다 고객 눈치부터 따지는 현실이다.
자신이 쓰는 언어가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그만큼 어휘도 적절히 제어하면서 쓸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사회적으로 어떤 언어가 용인되고 어떤 언어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는 사회화 과정이 이뤄져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고운 말 쓰기, 욕설 안 하는 학교 선정, 아름다운 말 쓰기를 어릴 때부터 사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감정노동자들에게 '절대 친절'을 강조해왔기에 '결자해지'의 관점에서도 고객도 스스로 감정노동자에게 친절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고객들도 자신의 권리와 지위를 누리는 것 못지않게 친절·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함께 친절해야 한다. 이는 감정노동자인 '을'들의 처지를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곧 우리나라의 친절·서비스와 CS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선진화하는 첩경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욕설, 막말 등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기초질서와 생활예절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첫 단추임을 인식하고 지금부터 고객도 함께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수고 많습니다” 친절하기 운동에 힘을 모아주면 감정노동자들 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며, 결국은 더욱 활기찬 친절·서비스로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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