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국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교수 |
이러한 융합적 시도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으니, 작년에 국내 연구진이 생명과학에서 쓰는 연구방법을 경제학에 적용해 국가 간 경제적 영향력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IT기술을 의학과 융합하여 컴퓨터 가상공간에 재현된 일종의 사이버 인간을 통해 심혈관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하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융합적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나름 많은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융합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는 당연히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이다. 세계화가 되면서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무한경쟁시대에 살게 되었고 이러한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오늘날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해하는 상황인 듯하다. 미국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융합인재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그 결과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eneering), 수학(Mathmatics)을 접목한 '스템(STEM) 교육'을 적극 시행해 수학과 과학교육에 획기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스템(STEM)'에 예술(Arts)를 더해 초중고교에서 '스팀(STEAM)'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에 감성을 더해 기술과 삶이 상호 연계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스팀'에서 말하는 '융합적 소양(STEAM Literacy)'은 '다양한 지식을 활용해 복합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융합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일부 대학교에서 그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학제 간 융합, 학문 내, 학문 간 융합, 기술 융합 등 다양한 방면에서 융합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교육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우선 실질적으로 학문 간 경계를 낮추고 서로 소통을 해야 하고, 실제적으로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강의실에서도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대학에서는 그 한 방법으로 산학연계를 추진하기도 한다. 대학이 산업체와 협력하여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학생들에게 키워줌으로써 문제해결을 통해 학생들의 융합적 역량을 키워주기도 한다.
이러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융합적 사고를 하는 데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무조건 인문학 관련 책을 읽는다고 인문소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은 나의 삶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성찰하여 삶의 진정한 의미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논리적 사고와 감성적 사고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세상과 정서적 소통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 그 성과가 어느 정도 쌓이면 모든 현상과 그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이것은 여러 학문적 특징을 파악하여 새롭게 융합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을 한 후에 다른 전공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인문학과 각각의 전공을 함께 공부하는 게 더 유익할 것이다. 어쨌든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문소양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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