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표]무상(無償)으로 체형(體形)조차 망가뜨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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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표]무상(無償)으로 체형(體形)조차 망가뜨려서야

[목요세평]홍성표 대덕대 총장

  • 승인 2014-04-09 13:49
  • 신문게재 2014-04-10 16면
  • 홍성표 대덕대 총장홍성표 대덕대 총장
▲ 홍성표 대덕대 총장
▲ 홍성표 대덕대 총장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의 열풍을 일으켰다. 분명 교육계의 문제인데도 광역단체장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임에도 그럴듯한 달콤함에 빠진 표가 달아날까 울며 겨자 먹기로 엉거주춤 받아들인 후폭풍은 고스란히 암 덩어리 같은 '부메랑'으로 다가왔다.

앞을 내다보고 곤란함을 피력한 교육감 후보들은 꼴통으로 몰려 당선 후에도 국정감사장에서 혼쭐이 나는가하면 무상급식을 알리는 현장에는 광역단체장 얼굴만 보였다. 무상급식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위한 재정지원 확보방안이 조밀하게 제시되지 않고 등 떠밀려 하다 보니 부작용이 어떠하리라는 것이 뻔히 보였는데도 고스란히 교육계의 몫으로 남고 정상적인 교육의 체형은 진행형으로 망가지고 있다.

2010년 무상급식은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3무 1반' 공약으로 등장하고 약발이 먹힌 정책이다. 17개 시도 교육청별 무상급식 예산이 5630억 원에서 올해는 2조 6239억 원으로 366%가 증가했다. 늘어난 만큼 광역시도 자치단체에서 지원이 될 리 없으니 상당부분 예산을 국고에 의존해야 하는 교육청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한마디로 죽을 맛일 것이다. 문제는 한정된 재원에 늘어난 만큼 어디에선가 줄여야 되는데 정상적인 교육을 위해서 줄일 데가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얼음장 같고 찜통 같은 교실, 낡은 화장실, 비 새는 창틀 등 기본적인 환경시설 개선조차 엄두도 내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는가 하면, 대전의 경우 138명의 명예퇴직 교원 중 88명만이 받아들여졌고, 초등교원의 경우 220명을 신규로 뽑아놓고 19명만 임용을 했으니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이미 마음 떠난 사람도 잡아놓아야 하고, 의욕이 충만한 사람은 기약 없이 기다려야하니 이의 폐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교육적 손실이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황폐화의 길목이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쾌적한 교육적인 환경,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 이를 열정적인 사랑을 실어 실행하는 교원이 어우러져야할 교육의 체간(體幹)이 흐트러져 체형이 심각하게 망가져가고 있다.

이참에 도시락 싸 보내기 운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났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도시락과 급식이 상존하는 점심시간도 장점이 많이 있으련만.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현재의 학교급식에 대해서 그다지 만족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급식 단가가 높아지면서 친환경 식자재는 고사하고 육우 3등급을 사용하거나 채소에선 잔류 농약이 검출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급식도 학교에서 하는 한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적 활동이고 교육의 대상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에서는 형편에 맞게 교육청에 예산지원을 하고 맡기는 것으로 끝냈어야 했다.

형편이 이러하거늘 서울의 모 교육감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도 모자라 '초등 문·예·체(文·藝·體) 방과 후 학습 무상 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타 시도로 번질 전망이다. 이는 무상급식 못지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절대로 공짜가 아닌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앞뒤 가리지 않고 무상교육이 주요 이슈가 될 신호탄이다. 이뿐이 아니다. 교육 본질은 어떻게 되었든 무상급식을 해냈다면서 도지사 출마 공약으로 '무상버스'를 들어 올린 사람도 있다. 같은 당에서조차 '무상버스'를 '공짜버스'라고 칭하고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무상급식 때문에 도정에 허리가 휘청거렸다는 책임자는 “무상버스는 무상급식보다 3배정도 강력한 공짜바이러스 폭탄”이라면서 사실상 '무상버스'는 무상·무료가 아니라 '세금버스'로 꿈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더 큰 쪽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민선 5기 들어 채무 비율이 악화된 곳은 대전과 경기 등 9곳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선거용 '무상 시리즈'의 '꿈같은 공약' 남발은 주민만 세금 덤터기를 쓰게 되어 있고 급기야는 부도 사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단체장들은 일정한 임기를 채우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무리수를 두어 생긴 빚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애물덩어리가 된다. 따라서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제도를 통한 철저한 재정계획을 보고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는 공약은 막연하게 기대할 것이 아니고 표로 퇴출시키는 냉철함을 보여야 한다.

조그만 '포퓰리즘'이라도 통제하지 못하면 한정된 재정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건실한 재정파탄의 둑도 하찮은 개미굴로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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