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전 4곳의 장례식장에서 이미 사용된 근조화환을 3000~5000원에 구입해 선별작업 후 새로운 화환처럼 6만~10만원에 주문을 받아 판매했다.
장례식장 빈소에서 가져온 화환은 창고로 운반돼 시든 꽃 일부를 새 꽃송이로 교체하고 보낸 이의 이름을 적은 리본까지 바꾸면 새화환으로 둔갑했다.
이런 수법으로 2011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2만여 회에 걸쳐 재판매해 13억41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례식장에 슬픈 마음을 전달하려 화환을 주문한 구매자나, 이를 받은 상주가 화환이 헌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사용됐고, 판매된 꽃을 새화환으로 속여 소비자에 판매한 사기에 해당한다”며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부 화환제조업체들이 수년 동안 중고품을 새화환으로 둔갑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장례식장의 협조가 있어 가능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병원 내 장례식장은 빈소 관리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는데, 민간업체가 빈소에 온 화환을 제작업체에 헐값에 판매해 재사용하는 범행에 공모한 것이다.
경찰은 근조 화환 제조업체에 헌 화환을 재판매한 장례식장 위탁업체 백모(40)씨 등 9명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에서 장비를 갖추고 화환을 현장에서 폐기하는 병원 장례식장은 한 곳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장례식장이 화환의 재판매를 묵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화환을 주문해 장례식장에 배달하기까지 주문을 받은 꽃 판매업소가 수수료 4만~5만원을 떼고 제작업체에 주문을 재위탁하는 구조여서 꽃의 품질을 높일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있었다.
중구 유천동에서 화환을 제작하는 김모(45)씨는 “꽃집의 중개수수료가 비싸고 가격경쟁이 치열해 화환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제조원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며 “중개수수료를 대폭 낮추거나, 화환을 장례식장에서 폐기하도록 하는 게 재사용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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