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희 백두한라 대표 |
누가 봐도 옆집 아줌마 같은 인상의 강순희 백두한라 대표는 북한 특유의 억양만 빼면 토박이 대전사람이다. 이제는 새터민들도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찾을 뿐만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강 대표는 쉴 틈이 없다. 강순희 대표를 만나 마을기업 운영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새터민으로서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음식점 운영도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마을기업에 지정돼 음식점을 차렸지만 매출이 그만큼 나오질 않아 새터민 종업원의 인건비를 주기 위해 개인 돈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얼마 전까지는 주방장이 따로 있었지만 이제는 주방장 없이 직접 주방을 맡게 돼 혼자서 3~4명 역할을 할 정도다.
-원래 백두한라는 봉사단체로 시작했는데 사회활동에서 얻은 점이 있다면?
▲처음 남한 생활이 익숙지 않고 외롭고 힘들어서 술까지 입에 댈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의 권유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 스스로 큰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인정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힘없는 할머니들이 고맙다며 인사를 해주는 데서 힘을 얻었다. 그래서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백두한라 음식점도 먹을거리를 나누는 가하면 지역민에게 무언가를 베풀기위해 애를 쓴다.
-마을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쉬운일은 아닌데, 이끌어나가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새터민이 마을기업에 지정됐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좋게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 역시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하게 된다면 새터민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때문에 모든 새터민이 쉽게 포기하고 생활력이 없는 사람들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려고 악바리 근성으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커다란 목표를 세우기 전에 새터민들이 남한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자립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또 마을기업이 꾸준히 운영될 수 있도록 매출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 음식에 대한 상품을 만들자는 권유도 있었지만 아직은 맛에 대해 더욱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대학생들이 많이 찾아와 북한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버리고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북한 음식에서 모두가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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