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난 스스로 참 무서운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따스한 표정과 말투를 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남이 보기에 굉장히 차갑고 쌀쌀맞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성격에 불만이 있었고, 꼭 고쳐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나의 성격이 편리한(?)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요즘이지만, 학교는 분명 교육하는 곳이고 교육을 하기 위해선 수용과 사랑만으론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핵가족 속에서 형제 없이 자라는 경우가 많아 자기중심적이고 늘 소중한 존재로만 여겨졌기 때문에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예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입학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긴 걸 보면 요즘 아이들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나의 교육관 때문에 좀 엄격한 편이다. 특히, 기본학습훈련을 해야 하는 3월엔 더 엄격하다. 학생으로서 알아야 할 규칙들을 자세히 알려주고, 학생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꼼꼼히 지도한다. 학생들의 행동에 늘 관심을 갖고 살펴보며, 반복적으로 일러주고, 상황에 알맞은 강화를 해 준다. 긍정적 강화와 함께 부정적 강화도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 때 비로소 나의 성격이 한 몫을 톡톡히 해 낸다.
게다가 사납게 생긴 내 눈매도 아주 쓸모가 있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굳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무서운 나의 눈빛에 학생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몇몇 장난꾸러기 녀석들은 눈치 없이 까불다가 더 호된 꾸지람을 듣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의 무서운 눈빛만으로도 바르게 수정된다.
여기서 잠깐! 문제 하나를 내보면,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일까? 첫째, 큰 소리 치는 선생님? 요즘 때리는 선생님은 거의 없지만 둘째, 때리는 선생님? 셋째, 엄마(학부모)한테 고자질하는 선생님? 정답은 바로, 웃지 않고 말하지 않는 선생님이다.
아침에 등교해서 하교하는 순간까지 무표정으로 웃지도 않고 학생들에게 전달할 사항만 딱딱 전달하는 무미건조한 선생님이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무서운 선생님일까? 적어도 3월 한 달은 그렇다. 하지만 무서운 선생님인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칭찬할 땐 학생들이 당황(?)할 정도로 웃어주고 아주 구체적으로 칭찬의 말을 해준다. 수업 중에는 유머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가르친다. 수업 중 한 번 정도는 빵 터질 정도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지난해 가르쳤던 여학생이 학년 말에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선생님! 선생님은 하나도 안 무서워요. 우리가 잘못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때만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요. 우리가 잘 하면 선생님은 천사 같아요. 선생님은 웃을 때가 너무 예뻐요. 저희가 잘 할 테니까 선생님, 웃으세요!”
맞다! 난 웃을 때가 제일 예쁘다. 작년 그 여학생이 했던 말처럼 올해도 많이 웃고 즐겁게 학급 운영을 해 나갈 것이다. 무서운 선생님과의 지난 한 달을 잘 참고 따라준 우리 반 친구들, 너무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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