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제기(祭器)- 나무가공기술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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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제기(祭器)- 나무가공기술의 극치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4-08 14:01
  • 신문게재 2014-04-09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요즈음 가로수나 산속의 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가녀린 엷은 녹색의 청초한 싹을 틔우고 있다. 해마다 반복하는 나무들의 역동성에서 자연의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나무는 태초로부터 인류와 함께 해왔다. 물론 나무를 비롯하여 흙과 돌, 쇠 등도 있다.

하지만 다른 소재들 보다는 나무가 손쉽게 얻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태초의 인류와 함께 해왔다. 나무는 나뭇가지로부터 큰 재목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소재보다도 유용하게 써왔다. 그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만들어 쓰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였다. 과거, 현재, 미래를 통 턴다 하여도 나무만한 소재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생활용품 가운데서도 제기(祭器)는 특별하였다. 제기는 조상신이나 신들께 올리는 의례용 나무 그릇이었다. 그러므로 온갖 정성을 다하여 만들어 관리하고 보관하였다. 제기는 그 모습부터 다른 생활용품과 달랐다. 제기에 담을 제물에 따라 만듦새와 쓰임새가 모두 달라서 여러 가지가 있었고, 만드는 방법도 각 그릇에 따라 달랐다. 이 여러 가지 모습의 제기를 만들려면 거기에 알맞은 연장과 설비가 있어야 가능하였다. 나무를 돌려가면서 제 모습을 깎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무를 돌려 깎기 위해 처음에는 발로 밟아 좌우로 돌리는 기계를 고안하고 발명하였다. 일명 족답기(足踏機)라 하였다. 초기에는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 이 기계를 돌리다가 물레방아가 고안되면서 물레방아를 활용하고 전기가 들어오기 전 석유가 등장했을 때는 석유를 동력원으로 하는 발동기를 사용하였다. 요즈음에는 전기를 이용한 회전력을 얻어서 제기를 깎고 있다.

이때 여러 가지 크기의 깎기 칼이 쓰인다. 나무를 가공하는데 있어서도 통나무를 베어다가 7~8년 이상을 말린 뒤에 만들 제기 높이만큼씩 말리면서 말리는 가운데 갈라지는 것들을 골라낸 뒤 제기를 깎는다. 제기를 깎을 때는 나무가 크는 그대로 뿌리 쪽은 아래쪽으로, 가지 쪽을 위쪽으로 해서 깎는다. 아무래도 나무는 어느 곳을 자른다 해도 아래의 뿌리 쪽이 위쪽의 가지 쪽보다 굵기 마련이어서 숙련된 장인은 이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깎은 제기는 다시 한번 더 말리게 된다. 이렇게 만든 제기에 옻칠을 하면 완성된다. 의례 때 제기를 놓을 때도 북쪽 나이테는 북쪽에, 남쪽 나이테는 남쪽에 가도록 놓는다. 이는 모시는 조상신이나 신들에 대한 예를 갖추는 일이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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