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B씨는 “문전약국들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처방전이 보장되기 때문에 입점하려는 약국이 많아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물가 상승분에 맞게 월세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월세가 오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면2=지난해 대전지역 약국 가운데 50여개가 폐업 신고를 했다. 대전 전체에 690여개의 약국 가운데 한해 평균 50여개의 약국이 문은 닫고 이전을 감행한 것. 문을 닫은 약국들은 대부분 동네 약국들이거나, 병원 인근 약국이지만 월세 문제로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전시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나홀로 약국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며, 동네에서 버텼던 약국들이 시내 중심가나 병원 인근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역 약사들이 자릿세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실력이나 명성 등에 의해 약국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정문 위치와 환자 동선이 약국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의사들이 처방한 처방전대로만 약을 환자에게 주기 때문에 약국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얼만큼 병원과 가까운가에 달려있다. 문제는 약국들이 부동산 위치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주변 시세와는 상관없이 터무니 없는 금액의 자릿세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문전 약국들의 자릿세가 턱없이 오르고 있다. 대전 둔산이나 탄방 지역의 대형 병원 1층의 문전약국의 자릿세가 평당 2000여만원에 육박하는 등 50평 남짓 자리에 10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인근 상가들에 비해 4~5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물주나 병원주가 세를 턱없이 높일 경우 하루아침에 약국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약사들은 자본력이 곧 실력으로 연결되는 형국이다.
지역의 한 약사는 “과거에는 약사들이 실력에 의해 환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약국의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는데, 불과 10년만에 실력이 아닌 자본에 의해 약국 운명이 결정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가 법인 약국을 허용한다고 한다면, 대규모 자본력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현재도 이런 상황인데 앞으로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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