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고요한 무음전화가 112상황실로 걸려왔다. 매뉴얼대로 전화버튼이나 어떤 표현을 해달라고 했지만 희미한 신음소리만 들리고, 어디 아프냐는 말에 '아퍼'라는 아주 작은 소리가 소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이후 아무런 말이 없고 전화도 끊지 않았다. 그래서 빠르게 위치추적을 하고 관할 순찰차에게 무전으로 지령 후 119소방서에 연락을 했다.
또 계속 경찰서 상황실에서 전화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주소지를 확인해보니 아니다 다를까 중증 치매환자의 집이었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해 119가 후송하지는 않았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무음전화도 긴급할 수 있는 상황이 올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다. 만약 생명이 위독했다면 112전화야 말로 생명의 전화지만 이런 경우를 무음전화로 마무리를 했으면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경찰관들은 일반전화나 112전화가 오면 무음전화라도 매뉴얼대로 하고 차분히 30초 이상 기다려보길 바란다. 일반시민들도 긴급전화를 누르면 전화기 버튼이든 어떤 행동을 해주면 경찰이 더욱 쉽게 알아차리고 달려가 여러분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112는 국민의 긴급초인종이다. 긴급 범죄신고나 위급한 상황에 언제나 한달음 달려가겠다. 경찰은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봉사하는 사람이다. 주민들의 곁에는 언제나 우리 경찰이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임종식·충남지방경찰청 112상황실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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