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우뇌를 깨우는 수학, 놀이처럼 재미있게 시작하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경희]우뇌를 깨우는 수학, 놀이처럼 재미있게 시작하라!

[NGO 소리]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승인 2014-04-03 14:08
  • 신문게재 2014-04-04 16면
  • 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내 주변에는 자신의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나도 쌍둥이 딸이 있다. 그 아이들이 두 돌 지날 무렵에 활동을 시작해서 벌써 대학 3학년생이 되었으니 그동안 내 마음고생도 여느 부모들과 다를 바 없다. 요즘 부모들은 시험, 대학진학에 대한 정보력과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믿으면서 각종 학습지를 시키거나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대학진학과 연결되는 국어, 수학, 영어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순례를 시킨다. 작년 겨울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이 있는 1층 카페에 엄마가 예닐곱살 정도인 듯 보이는 한 아이와 들어왔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옆에 앉은 아이에게 곧 선생님이 오신다며 덧셈 연산을 시키는 엄마와 몸을 배배 뒤틀면서 마지못해 학습지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수학은 왜 배우나? 선행학습은 필요한가? 수학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경험은 어떠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에 집중하자 이미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단발머리 나풀대던 여중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그 당시는 교과서 외에 '완전학습, 필승, 스터디북, 완전정복' 이 4가지 문제집만 풀어보면 학교에서 배운 수학내용을 다 다뤄볼 수 있었다. 혼자 낑낑대면서 이리저리 궁리하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했을 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과외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나는 교과서 내용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수학문제를 접하고 싶었고, 종종 원동 사거리에 즐비했던 헌책방을 뒤지고 다녔었다. 한번은 일본 수학책 번역본을 들고 선생님께 질문을 하고는 당황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짓궂게 웃음짓던 적도 있었다. 내가 수학을 좋아하고 자신감 넘치던 때는 딱 거기까지였다. 고등학교 입학 후 집안이 어려워져 서울로의 대학진학을 포기하게 되자 공부도 게을러지기 시작했고, 수학공부도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수학과정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카페에서 몸을 뒤틀면서 연산문제를 풀던 아이의 모습은 나에게 “수학을 놀이처럼 시작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줬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가 관련 공부를 찾아 수강하면서 결국 올 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대전으로 내려오는 내 손엔 'STEAM 통합수학지도사', '스토리텔링 수학지도사' 자격증이 쥐어져 있었다.

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고 암기하는 공부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래위에 집을 쌓아 올리는 일과 같다. 자기 수준보다 몇 단계 앞서는 연산 문제를 무작정 풀어대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 원리를 충실히 이해하는 것이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스스로 찾아보고 경험하면서 스스로 깨우치며 한 단계씩 나아갈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가는 것이다. 수학공부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생활 속의 경험을 나누면서 구체물을 추상화하여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계란판, 떠먹는 요구르트 빈 병, 아이스크림 막대기 등 무엇이든 가지고 놀면 수학적 계산이 가능한 유용한 놀잇감이 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구체적 조작활동이 가능한 수학교재를 활용해야 하고 종이, 가위, 풀 등 기본재료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학습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책을 읽고 여러 가지 고민하며 사고하는 것이다. 연산부분에 대한 기초적 계산능력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연산연습을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산은 잘하는데 서술형 문제를 읽고 답을 구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연산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초등학교의 공부습관은 중학교 학습의 기초가 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해답에 의존하며 기계식 연산만을 강요하는 수학이 아닌, 끊임없이 사고할 수 있는 수학이 필요하다. 부모가 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에서 어떻게 수학을 적용해 주는지가 아이에게 올바른 수학적 태도를 형성 해준다.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착한 수학, 놀이식으로 재미있게 시작해보면 어떨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2. [기획] 의정부시, 우리동네 정책로드맵 ‘장암동편’
  3.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4.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5.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1. '세종시=행정수도' 진원지, 국가상징구역...공모작 살펴보니
  2. 충남도 청렴 파트너 '제8기 도민감사관' 출범
  3. 헌법파괴 비윤리적 2025 인구주택총조사 국가데이터처 규탄 기자회견
  4.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대전아동기관단체와 협약
  5. 온새미로 봉사단과 함께하는 사랑의 소규모 집수리

헤드라인 뉴스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전지역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와 폐업률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을 위한 금융 리스크 관리와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수는 1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다른 광역시와 달리 대전의 자영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가 차..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속보>=세종시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운영할 '컨트롤타워'가 내년 상반기 내 설립될 예정이다. 국비 지원 중단 등 재정난 속 17개 주민 거점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한 중도일보 보도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도일보 11월 19일자 4면 보도> 세종시는 2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거점시설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는 10년 차 세종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광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5곳이 폐쇄한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