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화 문화독자부 부장 |
어렸을 적에는 신데렐라처럼 반전동화에 들뜨고 어른이 돼서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에 반전장치가 없으면 열광하지도 재미있어 하지도 않는다.
반전의 조건 가운데 하나가 '우연의 남발'인 점을 감안하면 공연예술 내용이 반전의 연속일 경우 탄탄한 구성력을 갖추지 못하기 쉽다. 작품성이 뛰어나지 못한 채 반전이 반복되면 관객들은 '느낌 체감의 법칙'에 따른다. 출생의 비밀, 불륜으로 '족보'(?)가 하도 꼬여서 뭐가 뭔지 모를 정도의 '막장 드라마'가 대표적인 본보기다. 그냥 관성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반전의 묘미는 부정적인 가치관이나 잘못된 편견을 깨뜨리고 긍정의 결과를 낳는 것에 있음에도 긍정에서 시작해 부정으로 반전시키는 것은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태가 좀 더 자극적이고 참신하고 독특한 것을 열망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낚시질 사례가 일부 언론들의 기사제목 뽑기라 할 수 있다.
독자를 낚는 최상의 단어인 '결국'을 남발한다. '수백억 로또에 당첨된 미모의 20대 여성, 결국…'에 끌려 기사를 클릭해 본문을 읽어 보면 '꿈꾼 것으로 드러났다'. 팔짝팔짝 뛸 정도로 혈압과 분노 게이지가 치솟는다.
반전은 마케팅 영역까지 진출했다. 제품의 색과 입술에 발랐을 때 나타나는 색이 달라서 일명 '반전 립스틱'이라 불리는 립스틱이 홈쇼핑에서 이른바 대박을 치기도 했다.
반전 몸매, 반전 매력, 반전 고백, 반전 전공 등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경험칙에 비추거나 직관적인 선입관이나 편견을 보란 듯이 뒤엎는 경우에 붙여진 단어들도 많아지고 있다.
반전을 꿈꾸고 기대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하는데 있어 뉴 미디어라고 예외는 아니다.
반전 카톡, 반전 트윗이 그것이다.
한 남성의 카톡에 모르는 이가 귀찮을 정도로 자료를 보내고 초대한다. 있는 그대로 옮기면, 화가 난 남성은 “카톡 올 때마다 여자인줄 알고 설레다가 너 때문에 2배로 화난다”며 욕설을 퍼 붓는다. 그러자 상대가 “나 여자인데 왜!”라고 하자 남성은 급 “사랑해!”를 날린다.
반전은 '뾰롱뾰롱'이 새로 만든 말이거나 외계어가 아닌 순우리말이며 '막내동생'의 올바른 표준어는 '막냇동생'이듯이 우리가 익숙해 있고 의문을 갖지 않았던 것에도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의 발단이 된 '혼외자 의혹'을 둘러싼 전방위적인 '청와대 개입설'과 언론의 '신상털기' 사이에 삐죽삐죽 드러나는 반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한 국정원 협조자와 국정원 직원의 자살기도 등의 반전.
가장 가까이에는 '일당 5억원'의 노역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새삼 확인시켜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철회와 '향판' 사퇴의 반전도 있었다.
'일당 5억원'은 보통 범죄자의 일당 5만원의 1만 배에 달하는 큰 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하루 일당 2억 4000만원, '축구 천재' 호날두의 하루 일당 1억 3000만원보다도 훨씬 높게 책정된 일당이라니, 씁쓸할 따름이다.
공연예술, 일상의 뉴 미디어에서 만나는 반전은 맛도 있고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빤히 두고도 장치해 놓은 반전은 불쾌할 뿐만 아니라 본질을 물타기 하는 것이라서 매우 언짢다.
감동적인 반전은 이런 것이다.
“회사 때려칠래”라고 트윗했다. “괜찮아”라고 '답멘'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프로필은 55세.
“회사 때려칠래” 매일 트윗했다. “괜찮아.” 매일 '답멘'이 왔다.
어느날 트윗했다. “죽고 싶습니다.”
다음날 아무말 없이 아버지가 올라 오셨다. 20년만에 포옹하며 말씀하셨다.
“괜찮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