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6개월 후,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황의동)는 변호사 사무소 직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3)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양형 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5년 이상 또는 무기이상이지만 법원은 권고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택했다.
사건 내막은 이렇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아내가 휴대전화기에 비밀번호를 걸어두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외도를 의심했다. 두 달 후 아내를 추궁한 끝에 2월부터 A씨와 만나 왔고 성관계도 가졌다는 실토를 받아냈다.
김씨는 배신감과 분노, 절망감 등으로 괴로워하며 불면증에 시달렸다. 김씨는 아내가 18세 때 만나 7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아내는 두 아이를 키우며 고된 시집살이까지 겪었다는 점에서, 아내가 외도한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며 아내와 함께 대전가톨릭가정폭력상담소와 정신과병원 등을 다니며 서로 용서하고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와 A씨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등 고통이 끊이지 않았다. 폭언까지 했다가 아내가 가출하겠다고 하자 용서를 구하며 만류했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사건 당일 새벽 잠에서 깨 아내에게 폭언했고, 참다못한 아내가 또 짐을 싸며 가출하려 하자, 김씨의 화살은 A씨에게 향했다. 결국, 김씨는 당일 오전 서구 둔산동 A씨의 사무실을 찾아가 '가정을 파탄냈다'며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살해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인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정신감정촉탁 결과를 토대로 변호인 측의 주장을 인정했지만, 받아들이진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 가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건 직후 자수한 점, 불륜관계로 인한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 불안정하고 판단력이 다소 흐려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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