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 소제동(행정명 중앙동)에 방치된 빈집이 지붕이 뜯긴 채 흉물이 돼 있다. |
자치단체가 도로예정지에 있는 주택 수십 채를 매입해 빈집을 만들고도 이를 철거하지 않아 재활용업체들이 무단으로 각종 장비와 설비를 뜯어가고, 청소년 범죄 등 각종 범죄 발생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1~2일 이틀간 대전역 인근 동구 소제동 수양 2길에 인접한 곳에는 모두 13채의 빈집이 있었다. 사람 두 명이 간신히 빗겨가는 좁은 골목에 처마를 마주한 주택들이 양쪽으로 이어져 있지만, 사람 온기는 없다. 빈집들은 하나같이 철제 대문이 떨어져 나갔고, 창틀이 사라진 창문과 마구 흐트러진 집기류들은 마당에 아무렇게 흐트러져 있다.
어떤 빈집은 양철지붕이 뜯겨 앙상한 살대가 드러났고, 또 다른 빌라는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아있기도 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중단된 동구 소제동에는 최근 빈집이 부쩍 늘어나고 있으며, 대부분 폐허처럼 파헤쳐지고 있다.
대전시와 동구가 동부선연결도로(길이 340m)를 위해 지난해 말 소제동 주택과 상가 87채를 매입했고, 소유권이 동구에 넘어간 주택들은 곧바로 빈집이 됐음에도, 철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상이 이뤄진 곳에 도로를 만드는 일은 소제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할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야 할 몫이지만, 도로가 언제쯤 만들어질지 약속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가 토지보상을 먼저 진행했지만, 착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개발사업을 한다며 집을 떠나달라고 반강제로 밀어붙였지만, 결국 지금은 고물수집상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꼴이다.
한 주민은 “고물상들이 차를 골목에 주차하고 대문이건 지붕이건 돈이 될만한 것들을 뜯어가고 있다”며 “주변에 빈집이 많은 것도 걱정인데 이제는 마구 파헤쳐져 흉물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 천동 주거환경개선지구도 마찬가지다.
대전시는 천동초교 앞 도로를 넓히려고 15채 정도의 집을 보상해 샀지만, 이곳에 도로를 낼 예산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도로 착공 없이 보상이 먼저 이뤄지다 보니 초등학교 앞에 빈집이 만들어졌고 고물상들이 집기류를 뜯어가 흉물이 된 상태다. 주민들이 주거환경이 더욱 악화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거나 빈집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LH 관계자는 “시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기반시설비를 가져가 집행해 보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도로개설 역시 지자체에서 맡아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시 관계자는 “재개발을 촉진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로개설사업에 착공보다 보상이 먼저 이뤄져 빈집이 늘어나게 됐다”며 “빈집을 철거하고 안전시설을 보강하는데 일부 예산을 확보해 올해 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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