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수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
대통령은 각종 규제를 암 덩어리라는 무거운 표현까지 써가며 위기감을 조성했고 규제 혁파를 위해 진돗개 정신으로 사생결단하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이른바 돈 안 들고 기업활력을 제고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최적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몸소 실천하듯 무려 7시간 동안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는 규제개혁 끝장토론으로 불리며 지상파 3사와 종편, 케이블에 생중계됐다.
점검회의가 끝난지 열흘 정도가 지난 지금 정부 각 부처나 지자체의 관심은 온통 규제개혁에 집중된 모습이다. 규제 관련시스템을 정비하거나 새로 구축하고 경쟁적으로 추진하려하고 있다. 총리실에서 규제처리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고 하니 이런 경쟁은 더욱 속도를 낼 것 같다.
규제를 처음 만들 때 목적을 보면 대부분 좋은 것들이 많다. 보통 규제를 할 때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고, 균형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서 하는 목표를 갖고 설정한다. 물론 나중에 변질되는 경우가 있지만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안 되고 완화되게 되면 결국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게 될 수 있고, 환경이 파괴될 수 있고, 국토가 불균형발전이 될 수 있다.
규제는 경제,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기에 무분별하게 개혁해야할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장·단점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개혁 경쟁이 뛰어들면서 공사계약관련 법령의 지역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조항까지 손을 대려는 아찔한 상황이 전개되려 하고 있다. 또한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제정되어 있는 '지역건설활성화 촉진조례'같은 사례를 정조준해 오래전부터 얼어붙어 있는 지역경제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태세다.
이런 정당한 규제가 손질 됐을 때 불러올 여파는 지금 분위기로서는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정부 부처간 오로지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한 대학입시 같은 눈치싸움 식의 제안만 남발하는 것은 건설산업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건설산업은 지역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창출 측면에서 경제발전 기여도가 높은 산업이며, 제조업 등 다른 관련 산업에도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기반산업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대전의 경우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엑스포 재창조사업,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건설 등 예정된 대규모 건설사업을 고려할 때, 지역 건설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건설산업의 특성상 지역업체가 시공 할 경우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자재, 인력, 장비 등이 해당지역의 업체로 이루어져 지역정서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접근성이 원활해 공정 및 사후관리가 용이하고 신속한 하자처리와 준공물에 대한 홍보기대 효과로 인한 책임시공 으로 타 지역 업체가 시공 할 경우 보다 이점이 많다. 이러한 장점을 외면한채 정부 부처간 실적경쟁 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들린다는 것이 건설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고용창출이나 경제 활력제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불러오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범정부 차원으로 사활을 걸고 나서서 사생결단해야하는 정책이 아니다. 규제가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공동선에 맞춰진 개념이기에 정부 부처간 과당경쟁에 박차를 가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예상되는 혼란을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방향성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규제 개혁의 성공 관건은 현장 실수요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규제 역시 현장에서 마주보고 끈질긴 대화로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부디 노점상트럭의 경우처럼 10년 넘은 규제철폐 요구를 단 며칠만에 풀었다며 규제개혁 시도를 너무 쉽게 접근해서는 안되며 범정부 차원의 규제개혁 시도는 심도있게 접근돼야 한다. 그리고 피해 여파를 고려하면서 추진해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높이고 지역 중소건설업체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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