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마을어른 - 산 지식의 보고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마을어른 - 산 지식의 보고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4-01 15:15
  • 신문게재 2014-04-02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요즈음 흔히들 원로가 없다, 영웅이 없다, 스승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서열파괴, 세대교체 등의 말들과 교차되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서로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제일 많이 듣던 질문이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하는 물음이었다. 누구나 거침없이 선생님이 될 거야, 대통령이 될 거야, 장군이 될 거야, 대답하곤 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류의 질문을 던지는 어른도, 이런류의 대답을 하는 아이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 속에는 높은 이상과 꿈이 서려있었다. 그것이 아무리 비현실적이었다 하더라도…. 요즈음은 흔히 롤 모델(Role Model)이라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승, 원조, 영웅의 바탕에는 마을 어른이 계셨다. 마을 어른은 배움이나 식견의 폭이나 깊이에 상관없이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이신 분이었다. 아무개네 할머니, 할아버지면 족하였다. 아무개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아오시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산지식의 보고 그 자체였다. 그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삶의 지혜와 슬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을과 가정의 애경사와 같은 큰일에서부터 어린아이의 배앓이 같은 작은 일까지 모든 일에 대하여 경험으로 축적된 지혜와 슬기를 베풀어 해결해주시곤 하였다. 때로는 간호사, 때로는 의사, 때로는 상담사, 때로는 수리공, 때로는 목수 등등의 역할로 어려움을 헤쳐나아가거나 문제를 즉각즉각 해결하는 데 더 없이 소중한 분들이었다.

아프리카 속담은 노인 한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를 잃은 것에 비유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 만큼 마을어른들에 대한 공경도 잃지 않았다. 명절날이 되면 먼저 마을 어른들을 찾아뵙고 절을 하고 덕담을 듣고자 했다. 행여 길을 가다가 마주치면 길가로 비켜서면서 마을 어른께 문안인사를 올리곤 하였다. 담배나 안경도 마을 어른들 앞에서는 함부로 피우거나 쓰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다가도 마을 어른이 나타나시면 얼른 담뱃불을 끄고 피우지 않았다. 안경도 어른들 앞에서는 얼른 벗어 감추면서 예의를 다하곤 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마을 어른이 나타나면 얼른 내려서 문안인사를 하고 마을 어른께서 저만치 지나가시면 다시 타고 가곤 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어른 곁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일은 버릇없는 짓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변했다 하더라도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은 변치 말아야하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