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세영]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

[교육단상]김세영 계룡 신도초 수석교사

  • 승인 2014-04-01 13:58
  • 신문게재 2014-04-02 16면
  • 김세영 계룡 신도초 수석교사김세영 계룡 신도초 수석교사
▲ 김세영 계룡 신도초 수석교사
▲ 김세영 계룡 신도초 수석교사
많은 꿈과 기대와 설렘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을 만나 꿈과 희망을 가득 안겨 주자고, 사랑을 고루 나누어 주자고 다짐하며 시작한 교직생활은 결혼과 함께 아이를 가짐으로써 아쉽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교직생활의 염원은 버릴 수가 없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모든 정성과 최선을 다 하리라 생각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드디어 천운이었는지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10여 년의 길고 긴 공백기를 보내고 그리던 교단에 다시 발을 올려놓은 곳.

노랑, 연두, 초록, 분홍, 색색이 둘러싸인 자연 속에 보라색 꽃 잔디가 꽃 잔치를 열고, 호수 속에 연꽃이 그 자태를 자랑하고, 아카시아의 향이 무척 진했던 그곳.

깡충깡충 한가롭게 뛰어다니는 산토끼를 보며,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

'산토끼' 동요를 지으셨다는 이일래 선생님의 시비가 있는 경상북도 창녕군 이방이라는 곳이었다. 지리적으로는 생소했지만 설렘과 기대 속에 내가 만난 4학년 15명의 아이들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 작지만 새까만 두 눈 속에는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중에 시골에 어울리지 않게 유난히 얼굴이 하얀 상석이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일기장을 내고는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일기장을 기다리던 아이….

빨리 선생님의 답신을 받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던 그 모습! 이름을 부르면 빼앗듯이 일기장을 가져가서 선생님이 써 주는 글을 수줍은 얼굴로 읽던 그 아이. 어디에서 어떤 인물이 되어 있을까? 아마도 지금은 아기 아빠가 되어 있겠지?

여자 아이인데도 유난히 목소리가 컸고 씩씩해 반장을 했던 정영이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작지만 깜찍했던 영옥이, 할머니와 살며 세수도 잊고 오던 아이, 부모의 결별로 친척집에 얹혀살던 아이, 아이들에게 심술만 부리며 무척 속을 썩이던 아이도 있었다. 1년을 같이하고 이곳으로 떠나 올 땐 무척 서럽게 울던 그 아이들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하며 나를 되돌아본다. 가끔 편지를 보내오던 그 아이들에게 난 삶의 무게에 눌려 정성을 다하지 못했었다는 생각해 본다.

사소한 말 한마디, 지나가는 눈짓 하나에도 울고, 웃을 수 있는 여린 가슴을 지닌 그 아이들에게 나는 웃음을 잃지 않는 행복한 하루를 선사했던가? 왜? 책을 읽는 기쁨을 선물하지 못했던가?

칭찬을 목말라했던 그 아이들에게 왜 더 많은 칭찬을 못 해 주었을까? 아이들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나를 자책해 본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난 더 큰 사랑과 더 큰 열정으로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다.

연륜은 쌓였지만, 한없이 모자란 듯한 스승의 길! 30여 년을 교단에 머무르며 아이들에게 다 나누어 주지 못했던 사랑! 얼마 남지 않은 교직생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